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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행패 잇단보도 시의적절/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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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행패 잇단보도 시의적절/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 지면평)

입력
199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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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성있는 칼럼들 독자시야 넓혀줘/미 석학 사이드 방한 보도소홀 아쉬움지난주 한국일보에서 비교적 크게 그리고 계속해서 다루었던 기사로 「지하철 미군폭행사건」이 있었다. 자세한 전말이야 알 수 없지만, 그리고 군부대가 있는 곳에서 흔히 있는 일이긴 하지만 계속되는 미군들의 행패와 말썽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미군들이 머나먼 타국에 와서 고생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고, 우리들을 위해 수고해주는 그 고마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들의 안하무인격 행패까지도 참아야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그들이 오로지 한국만을 위해서 여기 와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시혜자로만 여기거나 근거없는 우월감을 갖고 방만한 행태를 계속한다면 그것은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을 부추기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한미양국의 우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얼마전 미군헌병들이 한국인 모녀를 군수품 도둑으로 몰아 불법구금했을 때만해도 우리는 그동안 그런 짓을 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겠지하고 분노를 삭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한국여인을 희롱하다가 말리는 한국인 청년에게 집단폭행을 가한 사건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다행히도 정부는 미군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한미행정협정(SOFA) 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인들의 의식수준은 더이상 미군들의 행패를 용납하지않을 만큼 성숙해지고 당당해졌다. 미군들은 바로 그와같은 시민의 변화를 깨달아야한다. 또 만일 한국일보의 보도대로 미국 농부들이 내수용 과일과는 달리, 수출용 과일에만 과도한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지난주 한국일보의 집중보도는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서구 강대국들의 바로 그러한 문제점들을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와 제국주의」등 널리 알려진 영향력있는 저서들을 통해 강력하게 비판해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의 시의적절한 방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표명하지 않았다. 오늘(29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는 강연에서 사이드교수는 우리의 문화속에 스며있는 서구제국주의의 흔적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한편, 새뮈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헌팅턴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냉전이후 서구문명은 유교문명및 이슬람문명과 충돌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서구의 헤게모니가 동양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이드는 헌팅턴의 글 속에서 끈질기게 계속되는 서구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드러내어 보여준다. 만일 한국일보가 부당한 한미행정협정과 미군들의 오만한 태도와 수출과일의 과도한 농약살포를 그러한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사이드의 방한이나 강연과 연결시켰더라면 훨씬 더 설득력있고 무게있는 기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일보를 읽는 즐거움은 우선 다양한 내용과 열린 시각에 있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만든 흔적이 엿보이는 각분야별 기사들은 재미와 유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개방적이고 포용성있는 칼럼들 또한 독자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주에는 민족자존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도 했다. 그러한 것들은 한국일보가 갖고 있는 소중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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