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제한 접근 남북관계 악영향 우려/하루만에 「조건」 번복 정책혼선 문제점도정부의 대북 쌀지원 제의는 긍정적인 목적과 부정적인 목적 두가지 측면이 함께 고려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다량의 식량지원으로 풀어보겠다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측면의 의도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에 대해 대결적 자세를 풀지않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이 먼저 식량을 제공한다면 도리어 북한의 대남자세를 더 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26일의 대북 제의는 일본측이 우리와 협의 없이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사전에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강하게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우리측이 먼저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제의함으로써 일본에 대해 「선남한쌀」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측이 우리의 식량지원 제의를 수용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27일 이홍구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같은 측면이 강조된 정부입장이 정리됐다. 회의가 끝난 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일본이 우리정부보다 먼저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본측은 연립여당 대표단의 방북 당시 이미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검토해왔으며 방일중인 이성록 국제무역촉진위원장과 이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측은 이에 앞서 일본이 먼저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측 입장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에 대해 경수로등 핵문제를 매개로 한 대북접근을 자제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 대해서는 쌀을 매개로 한 접근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경수로든 쌀이든 받으려면 우리것을 받으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현 시기가 북한측의 태도를 유연하게 전환시킬 수 있는 고비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간에는 쌀 제공이 실현되기 전에 당분간 버티기싸움이 계속될것 같다. 이 과정에서 우리측은 미일양국과의 공조체제가 위협받지 않을 정도의 탄력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26일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식량지원 용의를 갑작스레 발표했다가 다음날 조건을 달아 정부내에 혼선을 야기시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일본의 대북 곡물제공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하루만에 이를 번복했다. 중대한 대북전략에 관한 사전협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들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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