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의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과기처가 최근 전체 직원 3백42명중 출장자를 제외한 2백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컴퓨터 실력」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응답자의 52.5%인 1백52명이 컴퓨터를『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절반이상이「컴맹」이라는 진단이다. 워드프로세서(문장작성기능)만 쓸수 있는 초급은 82명(28%),데이터베이스(자료축적및 검색)를 활용하는 중급은 37명(12.7%)인데 비해 컴퓨터를 다양하게 쓰는 고급은 19명(6.7%)에 불과했다.과기처의 정보화 관련 장비도 소속 공무원들의 컴퓨터수준이나 큰 차없다. 2∼3개월전만해도 과기처가 보유한 개인용컴퓨터(PC)는 60여대에 불과했다. 보급률이 5·7명당 1대의 컴퓨터로 턱없이 부족했다. 과기처 주전산기(호스트 컴퓨터)도 메인메모리가 4MB(메가바이트), 하드디스크는 5백MB로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386급 PC와 비슷했다. 개인이 쓰기에도 성능이 미흡한 컴퓨터로 한 부처의 전체 사무를 총괄하려 했던 것이다.
과기처의 실상은 복지부동 자세가 정보화 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물론 예산핑계를 댈지 모른다. 그러나 국내 PC보급대수는 5백만대로 2가구당 1대를 갖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했다. 국민학생들도 PC로 교육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전산망으로 사무자동화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부처가 예산을 구실로 삼는 것은 궁색하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과기처의 정보화 수준이 이 지경이라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과기처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과학기술을 확보하자고 「과학기술의 세계화」를 외쳐 댔지만 불행하게도 이에 역행하는 자세가 내부에 온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기처가 22일부터 올해말까지 전직원에게 하루 2시간씩 PC교육을 시키기로 하고 내년에는 PC를 1인 1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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