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역추적 통해 줄줄이 적발/뇌물준 기업들 「처벌수위」관심대검 중수부(이원성 검사장)는 26일 이형구 전노동장관 수뢰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수사로 이전장관이 산업은행 총재재직중 받은 뇌물총액을 다 밝혔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며 그러나 『각종 수사기법과 포착된 증거, 공소유지가 가능한 범위내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투서나 하명이 아닌 검찰의 사정의지에 따른 「순수한」 기획수사였던 점을 평가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번 수사의 실마리는 「우연한 기회」에 포착된 모기업의 비계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상업은행에 「김용학」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홍대식 산은증권사장의 가명계좌를 찾아낸 뒤 이를 역추적, 이전장관으로 연결된 또다른 가명계좌를 발견했다는 것.
검찰관계자는 『이 가명계좌에 연결된 계좌들도 대부분 가명이었으나, 주택은행 모지점 「김재덕」명의 계좌가 실명으로 밝혀져 김을 추궁한 결과 이전장관의 친동생인 한미은행 대리의 부탁을 받고 돈세탁을 해줬다는 진술을 받아냄으로써 수사가 급진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전장관등에게 뇌물을 준 25개 업체에는 LG, 기아자동차등 국내유수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의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책임자의 해외출장 소환불응등으로 아직 조사하지 못한 13개 업체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대로 죄질에 따라 기준을 정해 일괄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장관 3년간 8개업체에서 2억7천5백만원 수뢰」라는 검찰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금융권과 업계등에서는 수뢰액수의 크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모그룹의 한 계열사간부는 『이전장관 재직시절 뇌물없이는 산은 시설자금을 대출받을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라며 『대출관련 협상이 끝나면 실무자가 「돈받기전 총재님이나 보고 가라」며 만남을 주선하는 식으로 뇌물이 건네졌다』고 말했다.
○…덕산그룹 박성섭 회장에게서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게 해주겠다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 사촌처남 손성훈씨 사건관련, 「35캐럿짜리 다이아몬드」에 얽힌 비화가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에 의하면 박회장이 뒤늦게 손씨를 만나 로비자금 4억원중 손씨가 쓴 7천만원을 제외한 3억3천만원을 중개역할을 한 박윤석씨등이 가로챈 사실을 알아낸 뒤 반환을 요구하자 박씨등이 마침 매매중개를 의뢰받은 35캐럿짜리 다이아몬드(시가 20억원)를 13억원에 파는 조건으로 4억원을 탕감받았다. 당시 박회장은 매매대금을 어음으로 결제했으며, 이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다시 원주인에게 돌려줬다는 것.<이태희·이희정 기자>이태희·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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