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의 환율이 70엔이 되면 일본기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절반이상의 업종은 버텨낼 것입니다』
『더이상 내려간다면 사정은 더 악화됩니까』
『70엔을 이겨낸 기업은 50엔까지 내려가더라도 버텨낼 것으로 봅니다』
○일의 초엔고 극복
최근 어느 기업인이 일본기업인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다. 연초부터 계속된 엔고행진으로 일본기업들이 못견디고 쓰러질 것으로 예상했던 이 기업인으로서는 의외의 답변을 들은 것이다. 그는 초엔고속에서도 일본의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일본기업인이 전해준 일본 조선업계의 예로 납득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일본 조선업계가 계속되는 엔고로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자 철강업계가 후판공급가격을 무려 20%나 내려 공급해 환율하락으로 잃은 경쟁력을 보완해주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자진해서 임금동결을 결의하는 일도 일어났다. 어느 지방조선소가 경쟁력상실로 문을 닫게 되자 대부분 그 고장출신들인 근로자들이 봉급을 반납하면서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고장의 조선소는 살려야 한다」고 나서 기여코 조선소를 회생시켰다고 한다.
○속타는 수출기업
요즘 우리 기업인들은 속이 탄다. 특히 수출을 하는 기업인들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우리나라의 내부요인때문에 달아나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한다.
안팎의 경제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다. 엔화의 절상속도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엔고가 지속되고 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일본상품에 판판이 고배를 들어온 우리 수출기업으로서는 다시 없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 경제에도 힘이 느껴진다. 1·4분기 국내총생산증가율은 9·9%를 기록했다. 91년 2·4분기의 10·6%를 제외하곤 90년대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증가율도 2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수출도 24·3%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부문간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과소비가 고개를 드는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성장의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처럼만의 기회다. 그런데 심상치가 않다. 항만은 적체돼 외국선박이 들어오려 하지 않고 도로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산업동맥으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노사분규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사분규를 수습해야 할 주무장관은 팔장을 끼고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있다가 거액의 뇌물을 받아챙긴 혐의로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됐다. 정치권은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공직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힘의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곳곳서 힘의 낭비
외부여건만 믿고 있다간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를 놓쳐 선진국문턱을 넘지 못하고 2류, 3류국으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선진국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낸 가입신청서를 철회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미 기회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금세기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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