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의미보다 장기전기도에 대한 경고메시지/세계 “팽창” 요지부동… 서방 무력한계에 고민내전 37개월째 접어든 보스니아사태가 또다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공군이 25일부터 연이틀 세르비아계 탄약고를 공습하자 세르비아계가 회교도 밀집지역을 포격하는한편 2백70명의 유엔군을 인질로 삼는등 즉각적인 보복으로 맞서고있기 때문이다.
나토가 6개월만에 공습을 재개한 표면적 이유는 세르비아계가 지난주 유엔군으로부터 탈취한 4문의 중화기를 반납하라는 유엔보호군(UNPROFOR)의 최후통첩을 무시한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나토의 이번 공습은 유엔의 권능에 도전한 세르비아계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응징이라기 보다는 보스니아사태 해결에 고삐를 쥔 세르비아계를 어떻게 해서든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력용 성격이 더욱 짙다. 현재 보스니아 영토의 70%를 점령중인 세르비아계가 회교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계속 거부하면서 사태를 장기전으로 이끄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가 함축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방측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군사대응 수단인 공습이 세르비아계의 팽창주의 노선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수 없다는데 있다. 나토는 94년 2월이후 8차례이상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지만 이에따른 전술적 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오히려 중무장한 지상병력을 앞세운 세르비아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회교도 거주지역을 공격하며 서방측을 당혹스럽게 해왔다.
이번도 과거와 마찬가지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세르비아계는 유엔이 회교계의 안전을 위해 설정한 보스니아내 6개 안전지대중 제파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5곳에 포격을 가하면서 적어도 3백명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특히 회교도 거점지역인 투즐라시에선 이날 76명이상이 세르비아계의 무차별 포격으로 사망, 94년 2월 사라예보 시장 포격사건(68명사망)이후 최대의 희생자를 기록했다. 세르비아계는 이와 함께 9군데의 유엔무기반환소를 봉쇄, 2백70명가량의 유엔군을 사실상 인질화하면서 서방측을 위협하고 있다.
세르비아계가 나토와 유엔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스니아사태에 관한한 본격적인 무력개입이 불가능한 서방측의 내재적 한계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공습하기전까지만 해도 나토는 보스니아로부터 2만3천명의 유엔군병력을 전면철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20여만명의 사상자와 3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아직도 민족간 인종청소가 자행되고 있는 보스니아내전으로부터 손을 떼려고 하는 것이다. 유엔군이 철수할 경우 내전 주도권을 거머쥘 게 분명한 세르비아계가 협상을 피하면서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서방측의 고민도 여기있다. 프랑스와 영국등 나토주축국들이 자국군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철수를 서두르고 있지만 내전이 더욱 악화됨에따라 철수명분이 미약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나토 공습도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서방측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반영한 것이기 보다는 유엔군 철수를 앞두고 회교도정권을 진무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시각도 상존하고있다.
『나토측의 이번 공습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세르비아계가 끈질긴 보복전략으로 물고 늘어지며 보스니아무대에서 유엔의 불명예 퇴장을 가속화시킬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나토 전문가의 분석은 의미심장하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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