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장 개방토록 클린턴은 「제재온도」 더 높여라미국이 지난 16일 자동차협상 결렬에 따라 일본에 무역제재를 부과했을 때 나는 학창시절 생물실험 시간을 떠올렸다. 당시 선생님은 개구리 한 마리를 스토브 위에 놓인 양동이 물 속에 넣은 뒤 불을 켰다.
개구리는 적응력이 강한 동물이다. 개구리는 수온이 점차 높아져도 양동이 밖으로 뛰쳐 나올 생각은 않고 오히려 체온을 낮춰 수온에 적응하려 했다. 결국 개구리는 끓는 물속에서 죽고 말았다.
일본이 바로 그 개구리 격이다. 일본은 무역제재 위협과 지속적인 엔고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일본은 이러한 대내외적 시련에 직면했을 때 다른 나라들이라면 당연히 취할 수단, 즉 무역개방을 통해 압력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일본은 계속해서 외국 기업을 배척하고 제재에 자신을 적응시키려 한다.
일본은 내핍과 이윤감소 감내, 그리고 노동비용이 싼 주변 아시아국들로 제조업을 이전함으로써 압력에 적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일무역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미국이 일제 고급차에 1백% 수입관세를 부과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만 엔화가 20%나 절상돼 결과적으로 대미 수출품 가격이 20% 높아진 꼴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어떻게 대응할까. 양동이 밖으로 뛰쳐 나올까. 적응해 낼까. 아니면 경기침체에 빠져 결국 개구리처럼 죽고 말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또다시 상황에 적응하려고 할 것같다. 일본 정부는 규제완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실시할 만한 힘이 없다. 또한 외국의 압력에 적응하려는 본능이 너무 깊이 배어 있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양동이의 물을 끓이려는 정책을 일본에 취한 것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옳다. 클린턴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일본 제조업에 적응의 수위를 넘어서는 강력한 고통을 줌으로써 무역장벽을 제거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다.
나는 클린턴대통령이 양동이의 수온을 계속 높일 정도로 비위가 강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일본은 수온(미국의 통상압력)이 그리 높지 않을 때는 다양한 적응력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강력한 엔화를 사용,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저임 노동력을 고용하는 공장들을 사들일 것이다.
이것은 생산비를 낮춰 엔고로 인한 수출장벽을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일본 기업들은 올해 1·4분기에 다소의 손실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미국과 달리 분기별 수익에 구애받지 않는다. 일본은 사반세기에 걸친 장기 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일본은 강력한 엔화를 이용, 중국 남부에서 미얀마에 이르는 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공장을 사들여 버릴 것이다. 결국 미국이 일본제품 수입을 전면적으로 봉쇄한다 하더라도 일본은 유유히 다른 시장에서 손해를 만회할 것이란 얘기다.
일본의 이같은 대응이 일본내에서의 고용축소와 산업공동화, 수입확대를 가져올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일본은 뒷짐을 진채 앉아 있거나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만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일본 본토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인 생산방법을 개발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부담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급속하게 지식집약, 고임금, 고기술 경제로 이행해 나갈 것이다.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의견에 반대한다. 전통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70년대 오일쇼크, 80년대 50%에 달하는 엔화 평가절상 이전에 이미 나왔던 얘기들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일본은 잘 적응,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일본이 적응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오직 일본 소비자에 달렸다. 일본 소비자들이 더이상 내핍을 못하겠다고 나서면 일본도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부를 개인의 복지에 우선하는 일본의 오랜 문화적 전통으로 볼 때 이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제 내기를 해보자. 일본이 적응하지 못하고 개방을 할거라고 생각한다면 포드 자동차 주식을 사모아라. 그러면 포드사는 일본시장을 공략할 소형차를 생산해 배당을 많이 줄 것이다. 반대로 일본이 이번에도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면 엔화를 사모아라. 이 내기의 결과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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