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오히려 수명늘어”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신문등에는 건강란이 상설되고 서점에는 건강코너가 별도로 마련되고 있다. 건강은 건전한 생활을 영위하는 바탕이므로 조금도 탓할 바가 아니며, 오히려 고무적인 것이다.
그러나 건강과 관련된 온갖 주장이 사회를 뒤덮으면서 부작용 또한 적지않게 나타난다. 특히 역사적인 검증없이 무조건적으로 환경오염으로 현대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듯이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상식」 가운데 하나는 현대인이 건강에 관한 한 거의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견해이다. 즉 과거에는 환경이 매우 건전해 인간이 무병장수하며 행복한 생활을 누렸는데 산업화와 더불어 환경이 나빠져 인간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같은 주장과는 달리 인간의 수명은 산업시대에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영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산업화초기였던 1800년 30세 남짓에서 20세기말에는 75세가량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으며 우리나라도 20세기초 평균수명 30세가량에서 오늘날 70세로 영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명은 연장됐지만 무병장수의 건강한 삶이 아니라 온갖 질병을 떠안은 더욱 고단한 삶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악성종양, 순환기질환, 대사성질환등 각종 퇴행성질환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 현대는 건강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산업화 이전은 질병이 없었거나 적었던 「낙원」이었을까. 역사가들이 밝히는 바로는 과거는 발병률 역시 더 높은 시대였다. 높은 발병률과 높은 사망률, 이것이 우리세대 직전까지 인간사회의 모습이었다.
그러면 오늘날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퇴행성질환은 어떠했을까?
퇴행성질환이 과거에 적었던 배경 가운데 한가지는 퇴행성질환의 발병시기가 대체로 중년이후라는 점이다. 불량한 자연적·사회적 환경 때문에 급성전염병등 온갖 병으로 일찍 죽는 일이 많았던 과거에는 발병할 나이까지 산 사람이 적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오늘날 크게 문제되고 있는 「환경성 발병인자」가 적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건강에 관해 어떤 주장을 펼치든지 그것은 객관적 사실 위에 서야 한다. 그러할 때만 환경과 건강을 더욱 개선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황상익교수 서울대의대·의사학>황상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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