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은 그나라 정치의 수준을 나타낸다. 영국하원은 국회의 품위유지를 위해 의원이 해서는 안되는 말을 정해 관례로 지켜오고 있다. 누구든 다른 의원에 대해 바보, 위선자, 반역자, 비겁자, 악당, 비천한 자, 나쁜놈, 강아지, 돼지라고 해서는 안된다. 금지어를 쓸 경우 의장은 즉각 취소, 사과, 퇴장명령을 내린다. ◆전후 일본민주주의의 아버지인 요시다 시게루(길전무)총리는 입이 거칠었다. 의회서 답변중 실정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중진에 대해 「바가야로(나쁜놈)」라고 했다가 야당의 반발로 총선거를 치른 「바가야로해산」은 유명하다. 근엄했던 트루먼대통령도 여야의원들과 환담도중 외동딸의 피아노솜씨를 혹평한 뉴욕타임스의 음악담당기자얘기가 나오자 『그놈을 만나면 면상을 갈겨주겠다』고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대 정치인중 제1의 험구가는 고장택상 의원이다. 1958년 4대총선후 자유당이 국회요직을 독점하자 『자유당이야말로 쥐새끼같은 놈들이다. 관권과 경찰의 도움으로 당선된 도둑같은 가짜의원들에게 감투를 배급하는 게 무슨 민주주의냐』고 공격하여 화제가 된적이 있다. ◆민자당이 정치인들의 저질발언을 국민심판에 맡기기 위해 저질발언녹과 연감을 만든다고 한다. 여당정치인들의 발언도 넣겠다고 하나 실은 최근들어 가열되고 있는 민주당과 자민련대변인들의 독설공세를 차단하려는데 목적이 있는듯하다. ◆이에 민주당은 여당의 저질발언부터 반성하고 식언록과 갈팡질팡 발언록이나 나오지 않게 하라고 일축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큰 이슈에 대한 진지한 논쟁은 외면한채 인신공격과 말꼬투리 잡기등으로 입씨름을 벌이는 것이 한국정치의 수준임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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