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용산과 이태원의 미군부대 근처를 지나노라면 윗옷을 벗고 반바지 바람으로 다니는 미군들, 또는 관광온듯한 서양청년들을 가끔 볼수 있다. 남의 나라에서 웃통을 벗고 다니는 외국인들의 무례는 혐오감과 불쾌감을 준다.자신이 머무르는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것은 외국인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예절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군대는 특히 주둔국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엄격한 교육을 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수영장이외의 장소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것을 상상할수 없는 나라인데, 미군당국이 병사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철저하게 주지시키지 않았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최근 서울과 춘천에서 일어난 미군관련 사건들은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금치못하게 한다. 밤 11시 서울의 지하철 승강장, 그것도 번화가인 충무로역에서 술취한 미군들이 40대 여자를 집단으로 희롱했다는 소식은 과거의 악몽을 되살려 준다. 6·25의 와중에서 외국군대란 여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여자들은 강간당할까봐 적도 우방도 두려워했고, 실제로 수많은 여자들이 짓밟혔다.
자기나라의 지하철에서 술취한 외국병사들에게 희롱당한 그 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미군들의 행패를 말리다가 집단폭행을 당한 남자, 미군들을 연행했으나 조사도 못한채 미군당국에 넘겨줘야 했던 경찰, 경찰서로 몰려가 항의하던 시민들은 또 어떤 심정이었을까.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것은 이제 더 미룰수 없는 과제다. 우리경찰은 미군 현행범을 체포해도 검찰지휘아래 미군당국에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보낸 후에야 조사를 할수 있고, 미국측 대표가 조사과정에 반드시 입회해야하는등 현행 한·미행정협정에는 다분히 주권침해적인 조항이 들어 있다. 67년부터 92년사이에 발생한 미군범죄 4만7천여건중 우리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는 불과 0.7%인데, 유럽지역 국가들은 52%, 일본 32%, 필리핀 21%로 비교가 된다.
평등없는 우호관계란 있을수 없다는것을 양국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미군범죄가 증가하는것도 참기 힘든데, 우리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해도 단독조사조차 못한다면 한국인들의 대미감정은 날로 악화할 것이다.
한국은 중동지역 국가들처럼 혹독한 규율을 요구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주둔군은 어디서나 엄격한 규율속에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자유를 위해 피흘리며 같이 싸운 미군이 우리의 대미감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양국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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