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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용종증/박재갑 서울대암연구센터소장(홈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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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용종증/박재갑 서울대암연구센터소장(홈닥터)

입력
199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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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점막 발생 종양… 우성으로 유전/25세전 수술않으면 대장암으로 악화30대 남자가 약 3개월전부터 설사와 혈변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병원을 찾아왔다. 환자는 석달만에 체중이 약 5㎏이나 감소했고 간헐적으로 복통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가족병력을 물어보니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사망했으며 친할아버지도 원인은 알 수 없으나 혈변과 복통으로 고생하다 사망했다고 대답했다. 환자의 친동생도 같은 증상을 보였으나 나머지 두형제는 건강했다.

직장수지검사(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진찰하는 검사)를 했더니 예상대로 직장내에 여러개의 작은 혹들이 만져졌다. 곧이어 대장내시경검사로 대장 전체에 직경 1㎝이하의 용종(대장 점막에 돌출되어 발생하는 양성종양)을 발견했다. 대장암도 두군데서나 발견돼 대장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가족성용종증은 이처럼 사춘기를 전후해 대장내에 1백개 이상의 용종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조기에 대장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1백% 암으로 진행된다. 우성으로 유전되므로 부모중 1명이 이 병에 걸리면 자식들중 절반은 이 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하지만 약 20%는 부모가 정상인 경우에도 발생한다. 발생빈도는 대략 2만명당 1명으로 보고되어 있다.

가족성용종증 환자는 몸속의 모든 세포들이 태어날 때부터 돌연변이된 것으로 이 병에 걸리면 대장이외의 다른 장기에도 다양한 병변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가족성용종증은 대장절제술로 치료한다. 늦어도 대장암이 발생하기 전인 25세 이전에 수술해야 한다. 과거에는 항문까지 절제한 뒤 인공항문을 만들어 주어 환자들이 여러가지 불편을 겪었으나 최근엔 항문을 보존해주면서 대장전체를 제거한 뒤 소장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항문에 연결해주는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또 유전자분석법을 이용하면 발병 훨씬 이전인 어린 나이에 이 질환에 걸릴 것인지의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한국인중 약 2천명이 가족성용종증에 걸려 이중 절반가량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가족성용종증 환자는 대략 5백가족 1천명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대의대 암연구센터내 한국용종증등록소에는 1백42가족이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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