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 농성근로자 해산·연행19일 새벽 경찰의 현대자동차 진입작전은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작전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무력을 시위함으로써 격렬한 저항과 불상사를 초래한 종전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울산만 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의 현장 지휘는 경남지방경찰청 성낙합 차장이 맡았다.
경찰은 준비단계서부터 작전에 관한 완벽한 보안은 물론 농성근로자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역정보까지 활용하는 전례없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이전에는 부산 경북 서울등 전국의 전경들을 지원받는등 경찰력 투입시기를 스스로 노출시켜 온데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5·18행사 경비관계로 당분간은 병력동원이 불가능하다』는 식의 역정보를 일부러 흘렸다. 그리고는 울산의 3개경찰서 상주병력을 주축으로 불과 10개중대 1천2백여명으로 전격적인 작전을 전개, 농성근로자들의 허를 찔렀다.
현장 작전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만큼 한치의 오차없이 진행됐다. H아워 30분전인 상오 3시30분 효문로터리등 도로변에 병력을 집결시켜 15분동안 각 중대별 작전계획을 재점검한 뒤 3시45분 울산지역 3개 경찰서장차를 앞세우고 현대자동차로 출발했다.
경찰은 이때 차량 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속 20의 속도로 이동, 3시58분에 회사정문과 구관정문에 병력배치를 끝냈다.
이때서야 낌새를 챈 농성근로자들이 놀라 호루라기를 불며 비상을 걸었으나 순식간에 정문을 돌파한 경찰 사복체포조 3백여명이 이미 본관앞 잔디밭의 텐트농성장을 완전히 에워싼 뒤였다. 최루탄과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이 뒤따라 진입, 이중으로 포위망을 구축한 가운데 여유있게 농성근로자들을 한명씩 연행했다.
일부 저항이 있었으나 농성근로자 2백여명 모두를 경찰차에 태우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최루탄은 한 발도 사용되지 않았다.
경찰이 철수준비를 할 때쯤 상황을 보고받은 사장등 현대자동차 간부들이 부랴부랴 회사로 달려나왔다.<울산=정재락 기자>울산=정재락>
◎“불상사없이 마무리” 시민·협력업체 안도
○…울산시민들은 이날 새벽 경찰이 전격 투입돼 별 불상사없이 작전이 마무리된데 대해 안도하며 하루빨리 현대자동차의 조업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했다.
또 모기업 파업으로 2∼3일째 생산이 중단된 울산지역 1백여개 부품협력업체들은 이날 조업 재개에 대비, 생산라인 정비에 나서는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협력업체인 한일이화 유희춘(67)사장은 『정부가 조기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수출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호황기에 노로(노노) 갈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오 4시20분께 붙잡힌 이상범 공대위 공동의장의 연행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저지하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씨는 연행 몇분전에 경찰에 일단 붙잡혔으나 『이 사람은 이상범이 아니다』라는 주변 근로자의 말에 따라 한때 풀려났다가 곧바로 다시 검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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