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서울총회에 참석했던 한 외국언론인은 한국언론 상황의 격세지감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영자신문을 보니 대통령의 친인척 구속기사가 크게 실렸다. 10년전만 해도 이런 기사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격세지감이 있다. 「공산당선언」이 위험서적이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결이다. ◆PC통신에 이 책의 일부 내용을 게재한 피고인에게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유럽에 유령이 나온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되는 공산당선언은 1848년에 마르크스, 엥겔스가 저술한 공산당의 이론적·실천적 강령이다. 런던에서 처음 독일어로 발간되고 잇달아 유럽 각국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이 선언의 내용을 간추리면 네가지다. 역사를 계급투쟁으로 보고, 공산주의자의 임무를 강조했으며, 사회주의 사상의 여러 유파를 검토하여 비판했다. 끝으로 강력하게 일체의 사회적 질서를 폭력으로 뒤엎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폭력적 계급혁명의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공산당선언에 나온대로 공산주의는 유령처럼 나와서 유령같이 사라졌다. 공산당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은 나라는 몇군데 뿐이다. 유럽에선 이 망령이 깨끗이 물러갔다. 공산주의를 갑자기 내세우면서 왜 유령으로 표현했는지 의문이나 결과적으로 그 장래를 스스로 예언한 것도 같다. ◆이젠 사망진단서를 받은 공산주의 강령은 과거 우리사회에선 금서로 꼽혔다. 출판은 물론 몰래 읽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공산당선언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간첩혐의가 농후하다는 불온한 시선을 받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서적으로 위험서적이 아니다」는 판결은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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