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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가 대세” 속도조절 변수/지자제실시후 심야영업 제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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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가 대세” 속도조절 변수/지자제실시후 심야영업 제한 전망

입력
199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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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완화” 현실적계산 크게작용/여론·부작용등 감안 「단계허용」할듯보건복지부는 현재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는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시간 제한권한을 시·도지사의 고유권한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여기서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즉 내년부터 심야영업의 허용여부는 전적으로 관할 시·도지사의 결정에 의존하게 되므로 각 지역의 여건이나 현지의 여론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야영업 허용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주민의견조사는 이루어진 바가 없으나 대략적인 반응으로 미루어 서울 부산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해제쪽의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한철폐를 요구하는 측은 외견상 행정자율화 추세와 업소간 형평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리한 규제가 오히려 탈법행위를 조장하고 행정비리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반대하는 측은 범죄예방, 과소비 억제, 제조업의 인력난 완화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어느 한쪽이 쉽게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실제로는 각 광역자치단체의 현실적 계산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미루어볼 때 당장 지방세 세입증가 효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의 반발과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관광특구 개념을 차용해 해당 시·도의 일부 지역이나 업종을 대상으로 부분해제한 뒤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느정도 재정관리에 융통성이 있는 서울 부산등 일부 대도시의 경우는 당분간 심야영업 해제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여론의 화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심야영업규제정책을 장기적으로 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제한권이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이양되는 내년 이후에는 주민여론과 사회적 충격효과를 감안, 단계적으로 속도조절을 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시·도에서 심야영업을 허용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기정 충북부지사는 『현재 일반적인 분위기로 보아 내년부터 각 시·도에서 경쟁적으로 심야영업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1년정도 업주와 시민 대상의 계도기간을 거친 뒤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준희 기자>

●심야영업·단속 백태

◎소모적 숨바꼭질 “첩보전 방불”/갈수록 지능·첨단화… 단속 못따라가

서울 강남에는 심야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한 가라오케는 날이 어두워지면 현란한 네온사인과 함께 기지개를 켠다. 밤12시가 임박하면 다른 술집은 서둘러 문을 닫지만 3백평은 족히 될 이 집은 각종 고급승용차를 타고 오는 단골손님들로 새벽 3∼4시께까지 매일밤 흥청거린다. 몇년째 심야영업을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이 부족해 심야에는 술집앞 대로가 외제차전시장을 방불케 하는데도 경찰은 못본체 한다. 방배동 카페골목, 「뒷구정동」이라 불리는 송파구 잠실동 먹자골목, 신사동 4거리부근과 이태원, 서초동지역의 유흥가등지도 심야영업규제가 해제된 특구를 방불케 한다.

24시간 편의점뒷문이 술집과 연결된 곳도 있고, 내부가 멀쩡한 고급술집으로 둔갑한 가정집도 있다.

어떤 비밀술집은 아예 옆집 담에 철제사다리를 고정시켜 놓고 단골손님만을 상대로 심야영업을 한다. 건물중앙에 「내부수리」표시를 해놓고 단속원을 따돌리는가 하면 내부에서 작동하면 멀쩡한 벽이 열리는 룸살롱도 있다.

이들 심야유흥업소의 영업철칙은 철통보안이다. 술집밖에는 문지기 삐끼 정보원등이 감시원역할을 한다. 단골손님만을 주로 상대할 뿐 아니라 방음장치가 완벽해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청진기, 소음증폭기나 고성능 소음측정기등을 동원해야 내부의 음악소리를 겨우 감지해낼 수 있다. 숨바꼭질끝에 심야영업혐의를 잡았더라도 비밀통로를 찾아내거나 2·3중의 철문을 뜯고 들어가는 사이 업주는 고객들을 제3의 통로를 통해 피신시키기 일쑤여서 경찰은 닭쫓던 개격으로 오히려 재물손괴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염영남 기자>

●관광특구 실태

◎내국인 「환락특구」전락 우려/외국인유치 미흡, 범죄폭증 부작용도 【대전=최정복 기자】 대전 유성지역은 심야영업 제한조치 해제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을 비롯, 청주 공주 전주등 인접 시·도에서 심야 취객들이 몰려들어 성황이다. 매일 새벽까지도 10대, 20대초반 남녀들로 거리는 흥청댄다. 대전시 조사결과 유성지역 식품유흥업계는 심야영업 허용후 매출규모가 평균20% 증가했다. 치안수요도 크게 늘었다. 음주소란 폭력등 각종 경범죄 발생 증가율이 15%에 달한다. 관광특구내 유일한 치안기관인 유성파출소는 주말 공휴일의 경우 하루 저녁에 20여건의 경범죄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등 치안유지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주=허태헌 기자】 관광특구 지정으로 영업시간제한이 없어지자 제주에는 식품접객업소 개설 「붐」이 일어 업소수가 4월말 현재 지난해 동기보다 8백여개소나 증가한 9천3백80개소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까지 5만9천8백명이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해대비 14%, 특구지정 직후인 지난해 9∼12월의 14만9천9백명보다는 무려 53%나 감소, 도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한편 올1·4분기중 강·폭력 절도등 각종 범죄는 4천1백75건이 발생, 지난해 동기보다 16.1% 증가했다.

한편 도는 『관광특구가 된뒤 올해부터 2001년까지 매년 평균 1조1천7백억원씩 모두 8조2천1백억원을 투자하는 도종합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이정훈 기자】 관광특구 지정 8개월째인 경주지역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내국인들의 과소비와 탈선으로 인한 사건사고 발생증가등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2천5백여곳의 특구내 유흥업소들은 외국인 유치를 위한 관광상품 개발보다는 청소년등 내국인을 상대로 과소비와 탈선을 부추겨 「환락특구」라는 오명속에 관광문화도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심야영업 제한해제 이렇게 생각한다

◎찬/구효서(37·소설가)/제한효과 미약, 행정비리 조장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술을 마시는건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면서도 심야영업을 제한하는 조치에는 그다지 박수를 치고 싶은 맘이 없다.

자정 이후에 술을 못팔게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옳지 못하냐, 술마시는 풍조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생산인력이 서비스업종으로 이동하는데 대한 대비책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은 정확한 통계자료와 경제사회적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그래서 소설가가 개입할 여지는 적어보인다.

다만 종종 벗들과 어울려 실제로 술을 마시고 가끔씩은 새벽 서너시에 집에 들어오기도 하는 생활인의 한사람으로서 보고 느낀 점을 말할 수는 있겠다.

열두시가 넘었는데도 한잔 더 하고 싶을 땐 정말이지 「아무 어려움없이」술집에 찾아들어가 한잔 할 수 있다.

뭐 멀리 갈 것도 없고 오래 찾아 헤매지도 않는다. 어떤 경우엔 주인이 알아서 슬며시 셔터를 내리고 조명의 광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굳이 옮길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이 정도니 서울시내만 하더라도 불법 심야영업집이 얼마나 많겠는가. 심야영업하는 술집의 종업원은 내근과 외근으로 나뉜다고 한다.

외근이란 자정 이후에 핸드폰을 가지고 문밖 골목에서 보초를 서는 경우를 말한다. 어떤 때는 정확한 단속정보가 모처에서 일찌감치 통보되기도 한다.

주인이나 손님이나 그렇게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죄의식같은 건 눈곱만큼도 느끼지 않는다는 게 무엇보다도 흥미롭다.

죄의식은 커녕 일말의 모험심마저 생겨 유쾌하기까지 하다. 아무래도 이 제도는 실패한 것같다. 만일 심야영업제한이후에도 음주인구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라도 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규제를 빌미로 업소에서 뭘 좀 뜯으려 한다거나 혹은 특구 같은걸 더욱 확대하여 형평성시비를 불러일으킨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무엇보다 이 조치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점은 민도 혹은 시민의식의 자연스런 성장을 더디게 하거나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

◎반/김향숙(44·소설가)/학교·주택가까지 유흥문화 잠식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사고들, 세계 최고의 40대 남성 사망률, 그리고 세계적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 등등. 타고 난 명대로 살아가는 일을 쉽지 않게 만드는 불명예스런 우리나라의 통계들이다.

잘 살아 보겠다고 허겁지겁 뛰어온 통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누리게는 되었지만 그러느라 치르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너무 짧은 시기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다 보니 세상은 구석 구석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이 들어 있는 전쟁터와 같이 변해버렸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남성들은 전사처럼 살아가느라 고달프기 그지없다. 야근인지 술 마시는 것인지, 도대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져버린 우리사회의 일터는 술 힘 없이는 집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만 양산해낸다. 피로는 날이 갈수록 누적되고 철근같은 몸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40의 나이에 하나둘 쓰러져 간다. 그 언제쯤이면 남편들이 일에서 돌아와 아내와 자식들이랑 도란도란 저녁상에 둘러앉을 수 있고 낮과 밤의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구분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만큼 술집이 주거지역과 대학가인근에 밀집해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주거지역옆 근린생활지역은 생필품을 조달하는 근린 상업지역이 아니라 음주지역으로 더 번성하고 학교 앞 상가는 수십리 밖에서도 몰려와 마셔대는 유명 주점가로 그 위세를 떨친다. 숲을 가까이에 두고 귀가후 산책과 조깅을 할 수 있는 호사를 바랄 순 없다 하더라도 그저 주택가만이라도 온전하게 보전됐으면 좋겠는데 곳곳에 술집과 카페와 단란주점이 들어서 있다.

전국의 유흥지대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술마시는 공간이 넘쳐나는 지금 금연운동보다 더욱 급한 것이 술 덜마시기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심야영업시간의 연장이 논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다. 그 대신 국가는 가족과 함께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야간 사회체육시설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늦게까지 술마시는 관광객의 호주머니속 달러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일꾼이 넘쳐나는 복지사회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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