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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봄」(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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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봄」(영화평)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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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비인간적 교육제도 현대적 감각으로 비판학교생활을 다룬 영화는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예컨대 「블랙보드 정글」 「죽은 시인의 사회」등이 그렇다.

그것은 아마 학교란 우리 모두가 예외없이 거쳐야 하는 생의 관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 영화 「잃어버린 봄」 역시 학교와 교육제도의 문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는 명문 메트로폴리탄 고교의 악명높은 교감 블롬이 독이 든 사탕을 먹다가 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3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메트로폴리탄 고교의 급우들은 동창회를 계기로 다시 모인다. 거기에서 현직 판사인 에드바드(토머스 윌렘 얀센 분)는 독재적인 블롬선생(프리츠 헬무스 분)과 일등을 강요하던 어머니에게 시달리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수학을 못하는 모겐슨과 시인 지망생인 닐슨과 더불어 교사들을 골탕먹이는 「검은 손」클럽을 만들고, 나중에는 강압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블롬 선생의 사탕에 독을 넣는다.

그러나 스승을 죽인다는 비도덕적인 사실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이 영화의 핵심을 비껴가는 셈이 된다. 우선 관객들은 에드바드가 독을 넣었는지도 모른다는 가정만을 할 수 있을 뿐, 진상은 끝내 알 수가 없다.

블롬은 전통을 빙자해 학생들을 학대하고 모욕하며 구타하는 사디스트이자 독재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에드바드는 또 완전범죄자도 아니다. 만일 그가 살인자인데도 판사가 되었다면, 이 영화의 의도는 바로 그러한 것을 가능케 하는 교육제도와 사회풍토에 대한 신랄한 풍자일 것이다.

과연 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교사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사회구조와 정치행태에 대한 포괄적인 고발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에드바드는 아직도 결혼 못한 마마보이이고, 닐슨은 실패한 시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봄을 잃어버린」사람들이다. 「잃어버린 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의 악순환의 근원에는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인 교육제도가 도사리고 있다.

문득, 그들처럼 우리도 지금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감독은 피터 슈뢰더.<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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