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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러 도시 간다” 인산인해 유랑(중국리포트: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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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러 도시 간다” 인산인해 유랑(중국리포트:4­2)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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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3,500만명이 환상속 「맹류」 대열에/잘하면 몇배수입… 안정된 일터는 별따기『돈을 벌어 잘 살려면 도시로 가야 한다』

광저우(광주) 역앞 광장은 이같은 생각을 갖고 광저우로 몰려 드는 농촌사람들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역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향민, 친척과 동향인을 기다리고 찾는 사람, 구직인파로 역광장과 주변은 북새통이다. 구직자들은 역주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놓고 역광장 주변에 형성되는 「구인시장」에 매일 나와 자신의 신상명세를 쓴 종이판자와 등록증등을 펼쳐 놓고 일자리를 구하기에 열심이다. 또한 고향을 떠난지 몇년이 지났지만 도시 어디에도 「안정된 일터」를 찾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기차표를 구하기까지 며칠을 기다린다.

이처럼 이향민들, 귀향하는 사람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역광장과 그 주변은 매일 수만명이 발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린다.

부인과 함께 고향인 쓰촨(사천)을 떠나 이곳에 온지 3년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궈타이청(곽태성·32)씨는 『피폐한 농촌을 떠나 광저우에 처음 올 때는 어디든지 바로 일할 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도착후 8개월간 역주변 구인시장에 매일같이 출근한 끝에 가까스로 공사장 인부직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마저 얼마전 사고로 다리를 다친후 그만 둔 뒤에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부인만을 의지하며 살기엔 힘들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역주변의 여관에 매일 8위안(원)씩을 내고 장기간 기거해 왔다는 궈씨는 고향에서는 농사를 지으며 전기수리 기술을 익혔어도 매월 3백위안정도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광저우에서는 그 두배인 매월 6백위안정도를 벌며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궈씨는 『돈을 두배나 많이 벌어도 고향보다 몇배나 높은 물가때문에 목돈을 마련할 재간이 없었다』고 도시생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들중에는 어린 나이의 소녀들도 꽤 눈에 띈다. 13살 어린나이에 집을 떠나 이제 17살이 된 왕메이유(왕미옥)양은 『처음에는 상하이에서 2년간 일하다 광저우로 와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집을 떠난지 4년만에 고향에 다니러 간다』고 말했다. 왕양은 『고향을 떠날 당시 학급친구의 80%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떠났다』고 회상했다.

광저우로 몰려드는 중국인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은 쓰촨성출신으로 쓰촨성은 광저우이외에도 전국도시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최대공급지가 됐다. 쓰촨성 통계에 의하면 이들이 지난해 광저우등 대도시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 송금한 액수가 1백7억위안에 달한다. 이 액수는 지난해 쓰촨성 총수입의 79%에 이를 정도다.

광저우역 주변을 매일 가득 메우는 중국인들의 근심스런 표정은 중국 전체 8억 노동인구중 18.8%인 1억5천만명이 실업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준다. 특히 실업상태에 있는 중국인중 3천5백여만명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러 유랑인으로 전국을 떠돌고 있다. 정해진 일자리도 없이 무작정 농촌을 떠나 떠도는 것이기에 맹류라고 한다.

시장경제로의 급격한 이행이 가져온 이같은 「맹류」현상은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광저우=장학만 기자>

◎「벤츠탄 고성장」 그늘엔 8,000만명이 「적빈의 삶」/극심한 빈부격차… 상대적 박탈감이 더 문제

빈부격차가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개혁과 개방이 중국에 엄청난 고도성장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12억 중국인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지는 못했다. 급격한 사회변화의 흐름에 편승, 하루아침에 떼돈을 번 졸부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개혁과 개방의 그늘속에 가린 빈곤층의 신음소리는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빈부격차는 중국의 사회질서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저우(광주)나 선천의 졸부들이 20만위안(원)(한화 2천만원상당)짜리 연회를 열어 부의 위용을 뽐내고 있을 때 같은 광둥(광동)성 북부의 석회암 투성이 산지에 살고 있는 극빈자들은 하루 세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짚더미를 깔고 자야 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시사주간지 「베이징 리뷰」는 빈부격차의 단면을 이같이 공개했다.

중국정부에 의하면 현재 중국 농촌에는 한해 3백위안도 벌지 못해 기본적인 의식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이 적어도 8천만명 이상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의 2배 가까운 중국인들이 적빈의 삶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상대적 빈곤이다. 호화판 별장이 속속 들어서고 외제차가 거리를 질주하면 할수록 못가진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눈덩이처럼 커져 가고 있다. 형편없이 못살아도 같이 못살던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상대적 빈곤감이 개혁과 개방이후 중국사회를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중국인의 가치관과 사회질서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상대적 빈곤감은 엄청난 「경제난민」을 유발시키고 있다. 수천만명에 이르는 농촌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부치고 살던 땅을 버리고 무작정 도시로 몰려들고 있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징(북경)외곽에는 군데군데 유랑노동자들의 집단거주지역이 있다. 중국 전역의 대도시 주변에는 이같은 슬럼형태의 빈민촌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외지인에 의한 범죄발생 비율이 40%정도에 육박하는등 외지인의 도시유입이 각종 도시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상대적 빈곤감은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는 농민소요나 노동쟁의등도 이같은 소득불평등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각종 사회병리현상도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통해 「공동부유」를 이뤄야 한다는 경제개혁의 목표를 위해 중국이 넘어야할 산은 너무도 험난해 보인다.<베이징·광저우=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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