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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여고 졸업생들 내달 김창억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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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여고 졸업생들 내달 김창억 초대전

입력
199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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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스승에 바치는 「사은전」/투병중에도 꿋꿋이 작품생활 계속/“내생애 이런기쁜일 또 있을까” 감격경기여고 43∼53회 졸업생 1백여명은 요즈음 옛 은사에게 바칠 사은의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6월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세미화랑에서 옛 은사 김창억(75)선생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김창억 초대전」을 열기 위함이다. 전계우(세미화랑대표·이세중전대한변협회장 부인) 박양실(전보사부장관) 조현숙(고건전서울시장 부인) 한인옥(이회창전국무총리 부인) 진영희(이시윤감사원장 부인) 김경순(이수성서울대총장 부인) 김찬숙(치과의사) 강명순(화가)씨등이 주축이다.

이들이 은사의 전시회를 논의한 것은 지난해 10월 세미화랑에서 열린 재미화가 김옥녀씨의 전시회에서 40여년만에 옛 은사를 만난 뒤부터. 김화백은 여고시절 아끼던 제자의 전시회 소식을 듣고 당뇨와 백내장으로 피폐한 몸을 이끌고 화랑을 찾았다. 칸딘스키의 「색채학」을 강의하던 멋쟁이 선생님을 잊지 않은 졸업생들은 초췌한 스승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1·5평 남짓한 방에서 손수 인슐린 주사를 놓으며 꿋꿋하게 그림을 그리는 옛 은사의 근황을 듣고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을 확인한 제자들은 화랑을 경영하는 전씨를 중심으로 95년 스승의 날을 전후해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40여년전 제자의 이름들을 또렷이 기억하는 스승은 그 말을 듣고 『내 인생의 황금기였던 경기여고시절의 제자들이 뜻깊은 전시회를 마련해 준다니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있겠느냐』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6·25전쟁 직후 경기여고에 다녔던 이들은 옛 은사를 「깔끔한 용모의 엄격한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전씨는 『선생님은 그림은 손 끝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잘못한 일이 있으면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야단치셨지만 미술 뿐 아니라 심리학 철학까지도 설명하시던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동경)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를 나온 김창억화백은 54년부터 63년까지 경기여고 미술교사를 거쳐 66년부터 21년동안 홍익대 교수를 역임했으면서도 꼿꼿한 성격으로 가난한 화가의 길을 고수해 왔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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