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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장관론(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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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장관론(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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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전교육부장관의 장관직 해임을 부른 군관련 발언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는 실수다. 『6·25는 동족상잔의 분쟁이고 월남전에는 우리 군대가 용병으로 참전했으므로 둘다 올바른 전쟁의 명분을 갖지 못했다』는 말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군의 정치참여를 나무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그에게 그 정도의 감각이 없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재론할 필요가 없는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그가 여자장관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아직 이땅에서 「소수민족」이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한 고위직 여성의 실패나 약점은 개인적인 평가로 끝나지 않고, 그가 속한 집단의 특성으로 인식되기 쉽다. 다수의 횡포·편견·차별과 싸워 이기면서 자기집단을 위해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 소수집단 출신 엘리트의 숙명이다.

金泳三대통령이 첫 조각에서 3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했을때 온 국민은 그것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여성계의 기쁨은 더욱 컸고, 새 정부가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대통령은 여성대사, 여성장군등의 탄생을 예고하면서 여성인재의 폭넓은 등용을 거듭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여성장관들은 대부분 순탄치 못했다. 매스컴은 시종 그들을 흥미의 대상으로 추적했고, 국회는 물론 정부안에서도 그들에게 호의를 갖는 사람이 드물었고, 툭하면 자질시비가 일었다. 남자장관들에게는 과거의 경험여부를 거의 문제삼지 않았으나, 여자장관의 경우에는 경험부족이 곧장 수준미달로 연결됐다. 여자장관들은 대부분 악전고투하다가 단명으로 끝났다.

金泳三정부에서 장관으로 임명됐던 여성은 박양실·황산성·권영자·송정숙·김숙희·김장숙씨등 6명이다. 정부수립후 6공까지의 여성장관이 불과 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숫자다. 그러나 김숙희장관 해임으로 여성장관은 정무2장관 한명이 남게 됐고, 이번 개각에서 여성장관이 추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3명의 여성장관이 결국 1명으로 줄었다는 것은 섭섭한 일이다.

김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사람을 너무 자주 바꿔왔지만, 여성장관이 단 한명 남게 된데는 여성장관들의 책임도 있다. 자신이 「소수집단 출신」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언행에 좀더 신중했다면 그들은 여성전체를 위해서 좀더 바람직한 기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이없는 말 실수로 또 하나의 여성장관을 잃으면서 그점을 아쉬워 하는 여성들이 많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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