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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윤동주와 나(이주일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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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윤동주와 나(이주일의 시)

입력
199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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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동갑친구 … 짧은생애불구 혼담긴 시는 내게 「별」동주와 나는 같은 점이 많다.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이요, 젊은 시절 우리 둘은 간도 용정에서 공부도 같이 했고, 그리스도교 신자인 점도 같다. 그러나 동주와 나는 다른 점도 많다. 동주는 그 시절에도 내가 못 쓰는 시를 잘 썼고, 나는 그때부터 말을 잘 해서 웅변대회에서는 동주와 함께 웅변을 할 때도 1등은 내가 했다. 동주는 시인으로 특히 민족시인으로 젊은 나이에 옥사했고, 나는 말을 계속하면서 살살 잘 피해서 그보다 50년 더 살았다.

나와의 이런 인연 때문에 내가 그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동주의 시는 모두 좋아한다. 특히 동주의 「별」의 시가 좋다. 그리고 동주의 시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를 좋아한다. 암흑의 밤같은 식민지생활에서 별을 보고 노래하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며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는 자기확신이 젊은 나이에 동주를 옥사로 끝나게 한 것이다.

시 속에서 그의 몸, 정신, 혼이 담긴 장엄한 삶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 시인이 「코스모스」 한 송이를 보며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라 하는 그 마음이 내게는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도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장미꽃 백합화도 참으로 좋지만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마음을 멜랑콜리하게 만드는 가을, 길가에 핀 코스모스의 가냘픈 몸뚱이와 청초한 꽃잎을 보면 진흙탕 속에서 사는 것같은 도시의 삶 속에서 더럽혀지고 짜증과 우울증으로 가득찬 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하나님의 참된 사랑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동주도 코스모스를 나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 것같다.

동주가 2년형 선고를 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때 나는 회령경찰서에 수감되어 있었고 동주의 장례가 치러지던 때 나는 병보석을 받아 나의 집 방 속에 갇혀서 장례식에 가 보지도 못했다. 그로부터 나는 50년 더 살았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애에 그가 본 민족(슬픈 족속), 자연(별 하늘 바람 달 소낙비 산골물)등과 사랑의 교감, 그러면서 늘 그가 믿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아름다운 시로 쓸 수 있었기에 그는 오래 살지 못하고, 「초 한대」 심지처럼 「백옥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몸살라 버린」것이다.

나는 동주의 시를 읽을 때마다 그와 지내던 간도 용정땅의 모든 일들이 회상된다. 오래 살아오는 동안 해방된 조국 50년사와 분단 50년 사이에 상처를 계속 받아 이제는 그런 상처마저 무디어지고 소돔 고모라의 전야에 사는 것같은 나의 삶에 동주의 시는 내게 「별」이 된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하고 부르며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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