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한 연장에 동의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열강의 기득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현존 국제질서의 불평등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었지만 대다수의 비핵국가는 결국 주권평등의 이상보다는 현실적 이익을 선택했다. 열강의 카르텔이 무너지면 자기 자신이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말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다른 소국이 핵을 개발하려 할때 겨냥하는 타깃은 엄청난 보복능력을 갖춘 5대 핵열강이 아니라 자기같은 소국일 것이라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 밀려 조약의 불평등성을 묵인하고 핵무장의 선택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었다.
게다가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리체계가 느슨해질 때 일어날 핵테러의 위험성 역시 걱정이었다.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갈등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탈냉전과 함께 불어닥친 심오한 정체성의 위기에서 분리주의가 태동했고 근본주의가 확산되었다. 그러한 세력이 핵을 가진다면 세계 전체가 핵테러의 위험에 처하고 말 것이다.
여기에 대국의 대열에 선 독일과 일본의 문제를 고려해 보고 핵장난을 벌이는 북한을 생각해 보면 더이상 NPT의 무기한 연장을 망설일 시간적 여유가 없음이 밝혀진다.
독일과 일본의 국력이 더욱 커지기 전에 발목에 NPT라는 족쇄를 채우고 경수로 노형과 관련한 갈등이 교착상태에서 위기로 한단계 더 악화되기 전에 조약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만천하에 알려 북한의 운신의 폭을 미리 제한하고 대결의 무모함을 설득해야 할 때다.
1백75개 회원국의 이번 선택은 이성이 감정을 이긴 결과다. 조약의 이행에 대한 점검절차를 강화하고 핵군축 및 핵폐기를 촉구하는 동시에 중동 전지역의 조약체결을 결의한 선언문은 국제사회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조약은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약속이 지켜지려면 불평등의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장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제조약이 주권평등의 이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고 조약의 불이행은 파멸을 초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개별 회원국의 배신 행위를 방지할 수 없다. 국가가 신의를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국가의 손익계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연장회의는 질서강화의 종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NPT체제가 밝은 미래를 가지려면 국제사회가 북한핵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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