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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국내수용에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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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국내수용에 오류”

입력
199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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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회 「예속과 해방」 주제 오늘 학술발표회/사상 아닌 인생·가치관으로 받아들여/교육학 중심소개 이론과 실천 괴리현상/끝없는 연구의 단절 「학습수준」 못벗어해방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철학은 제대로 뿌리를 내렸는가. 국내 철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철학이 아닌 단순한 인생관으로 받아들이거나 연구가 단절됐거나 이론과 실천이 괴리돼 있다는 것이다.13일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철학회(회장 윤사순) 학술발표회는 이같은 물음에서 출발해 대답을 찾아나가는 자리다. 광복50주년을 기념해 「예속과 해방」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발표회는 실존주의, 실용주의, 마르크스주의등 서양철학의 대표적 3가지 흐름의 수용과정과 철학계에 미친 영향등을 비판적으로 검토, 한국철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이다.

먼저 실존주의. 신오현(경북대)교수는 「실존주의의 철학적 전승」이라는 논문에서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 야스퍼스등의 실존주의는 해방이후 한 세대동안 철학·문학의 유행사조였지만 철학사상이 아닌 인생관, 가치관등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독한 지식인의 백일몽」, 「소부르주아의 관념의 유희」와 같은 실존주의 비판도 이같은 수용의 오류에서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실존주의 자체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교설로 보여 비철학적으로 수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철학을 인생관과 동일시하는 우리 민족의 심리학주의, 인격주의 성향때문에 수용의 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용의 오류는 실용주의도 마찬가지.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과 미국문화의 수용」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엄정식(서강대)교수는 『신라―고려시대의 불교, 조선시대의 유교에 이어 미국의 실용주의는 해방이후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철학사상』이라면서 『그러나 실용주의는 듀이의 신교육이론등 교육학 중심으로 소개돼 지성계보다 한국인의 생활태도나 사고방식등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주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으로 교육과 종교를 지적하고 지식·정보전달 위주의 교육제도와 현세적이고 기복적인 한국 개신교의 번성등을 이같은 현상으로 설명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수용은 커녕 본격적 연구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훈(경남대)교수는 해방이후 나온 1천8백34편의 마르크스주의 관련 논문과 서적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맑스주의 수용 50년사」라는 논문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는 단절이 반복되는 가운데 90년대이후에도 학위논문이 연구의 주종을 이루어 아직 「학습」의 수준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60년대 제3세계등 외국사례, 7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 80년대 정통마르크스주의로 점차 연구폭이 넓어졌지만 일제강점기의 조선사회 반봉건성을 둘러싼 논쟁을 뛰어 넘을 이론적 수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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