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중도 독자안 각개격파 빌미 제공/미,협박성 설득성공… 위상확인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한연장은 국제사회에서 또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만하다. NPT는 지난 70년 핵강국의 기득권보장이라는 성격이 짙게 깔린 가운데 출범했지만 냉전종식이후 앞으로 세계 핵질서를 영구적으로 규율할 기본장치가 된다.
NPT의 무기한연장은 또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등 「핵 문제국가」들에 대한 견제및 설득의 역할도 십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조약이 새로 연장됐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가령 핵보유국가들이 비보유국들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안전보장이 이번 NPT연장회의의 핵심쟁점중 하나였으나 끝내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조약의 명분과 목적을 다소간 퇴색시킨다는 지적을 면키어렵다.
○…회의초기만해도 무투표 합의로 조약의 무기한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무기한연장에 대한 비동맹그룹의 저항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동맹그룹은 한달간의 회의기간이 계속되는 동안 자체분열상을 노출했다. 회의막바지에 이르러 무기한 연장안에 대해 공식지지입장을 밝힌 국가는 모두 1백11개국인데 비해 25년마다의 한시적연장을 주장했던 비동맹그룹은 14개국에 불과했다. 비동맹에 속한 국가가 모두 1백11개국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비동맹그룹의 내부분열상은 한눈에 드러난다. 이번회의에서 비동맹의 강경입장을 주도한 국가들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이집트 나이지리아등이었으나 이들은 막바지에 세불리를 크게 의식, 스스로 뒤로 물러 섰거나 서방진영의 각개격파식 설득에 의해 와해됐다.
○…비동맹의 분열을 재촉한 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남아공의 「활약」이었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남아공은 회의초반 기조연설을 통해 무기한 연장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비동맹권이 요구하고 있는 조약이행 점검 강화방안과 NPT원칙에 관한 독자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남아공은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다 지난 92년 이를 포기하고 NPT에 뒤늦게 가입한 나라. 핵문제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장협상의 골간이 됐던 3개 결정의 일괄타결방안이 바로 남아공의 제안으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남아공은 처음 기세좋게 목청을 높였던 비동맹국가들의 공동보조에 결정타를 가했던 것이다.
○…조약이 무기한 연장으로 결론짓게된 과정을 살펴보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기간중 매일 매일 지지국가를 점검하는 한편 반대국가를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집요하게 벌여왔다. 예를들어 11일 무기한연장이 결정되기 이틀전만해도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조약 미가입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나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하룻만에 입장을 선회하게 됐다는 전문이다. 또 멕시코에 대해서도 유사한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전해진 메시지는 『미국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당신들이 왜 미국의 이익을 앞장서서 저해하려 하느냐』는 내용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정치적 위상을 확보한 나라로 이집트와 남아공이 지적된다. 이집트는 중동지역의 13개국을 이끌고 이스라엘의 핵문제를 거론하는 결의안을 앞장서 제출함으로써 중동에서의 지역정치에 주도권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결의안은 막판협상에서 이스라엘이라는 특정국가명을 삭제하는 대신 중동지역을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선으로 타협됐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이집트를 부각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남아공의 경우 신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첫 국제외교가 매끄럽게 「데뷔」했다는 일치된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향후 비동맹그룹에 대한 발언권을 새롭게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얻고있다. 한편 북한의 회의불참은 핵문제와 관련한 북미협상을 앞두고 외곽을 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와 함께 NPT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공동보조를 취하던 다른 비동맹국가들로부터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고 최종선언문에 핵안전조치 불이행에 대한 문안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자 이에대한 불만과 거북함에서 불참한 것이라는 지적도 받았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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