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 남북 스스로 치유 힘써야50년전인 1945년 5월 9일(모스크바 시간), 나치 독일이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유럽지역에서의 2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1억7천만 인구가 직간접으로 얽혀 6년간 치른 이 전쟁은 인류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치열했던 군사충돌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1941년부터 45년까지 우리 조국의 존폐를 위협했던 이 전쟁을 위대한 조국전쟁이라고 일컫는다.
사가들중에는 구소련과 나치독일간의 전쟁을 단순히 두 전체주의 체제간의 갈등으로 보기도 한다.
전쟁 원인이나 참전국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간에 나치 독일에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구소련인들의 위대한 공로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서로 다른 인종의 수백만 구소련인들은 지배체제나 공산주의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정, 조국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이 전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던 서방 지도자중 한사람은 윈스턴 처칠경이었다. 나치가 구소련 침공을 개시한 첫날 그는 영국이 구소련을 지원할 것을 다짐하는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지난 25년간 나보다 공산주의에 반대해온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야기되고있는 상황을 볼 때 러시아인의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이며 러시아인이 자신들의 가정을 위해 싸우는 이유는 곧 전세계의 자유인들이 희구하는 같은 이유이다』
9일은 러시아와 구소련을 구성했던 공화국들이 추모하는 날이자 동시에 승리와 자긍심의 날이다. 위대한 조국전쟁은 구소련내 거의 모든 가구와 가정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아직도 얼마만한 희생이 따랐는지 정확히 모른다. 공식적으로는 2천만명이 전쟁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구소련지역의 인구는 현재보다 1억정도 늘었을 것으로 한 인구조사는 밝혔다. 물적 피해 또한 막대했다.
우리는 반히틀러투쟁에 구소련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참했던 미국, 영국, 프랑스등 연합국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모든 연합국들의 확고한 노력이 없었다면 승리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 볼 때 과거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과거의 적이라도 미래 지향적인 긴밀한 협력과 동반자정신으로 역사적인 화합을 강조해야한다. 냉전종식과 더불어 인류를 인위적으로 양분하던 대립의 선도 사라졌다. 상호종속적이고 단합된 세계가 마침내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가 핵무기의 재앙으로부터도 해방됐다고 확실히 말할 수있게 됐다.
하지만 전쟁과 폭력사태는 아직도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와 공격적인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구태연한 전쟁과 인종갈등이 민주주의의 확산과 평화적 대화의 원칙속에 되살아나고 핵무기의 확산, 미사일 기술의 이전문제는 국제 테러리즘과 함께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 됐다. 이와함께 경제적 어려움은 불안정과 위기, 고통을 인류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니콜라이 베르다예프의 말을 상기시킨다. 20세기초 위대한 러시아의 사상가였던 그는 『인류의 역사적 길목에는 온갖 이율배반과 위험, 그리고 동물적 본능으로의 퇴행등이 도사려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우월한 면모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용기로 극복해야한다』고 역설했다.
2차대전으로 인한 극동지역에서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한국의 독립이다. 그러나 전후 전개된 현실적 상황은 민주화한 통일국가 대신 38선으로 상징되는 민족적 비극을 한국인들에게 안겨줬다.
오늘날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아온 외부적 장애인 냉전은 끝났다. 우리는 남북간 내부협력과 교류, 그리고 점진적인 국가통합을 위한 민족적 화해가 한국인들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당사자인 한국인들이 직접 해야할 일이며 모든 주변 관련국들은 이 숭고한 목적을 위해 우호적인 외부적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러시아의 국익과도 완전 부합된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와 신뢰, 평화, 그리고 협력을 강화 증진시켜 다자간 정치 대화와 광역의 경제협력을 창출하는 좋은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핵을 보유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하며 통일된 민주 한국이 러시아의 주요 동반자중 하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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