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상오 8시 서울 종로2가의 탑골공원 앞길에서 민주당소속의원 80여명이 시도한 여당의 단독국회공전규탄을 위한 가두행진은 경찰의 저지로 20여분만에 싱겁게 무산됐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그럴 줄 알았다』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실 청와대앞까지로 예정했던 이날 가두행진을 관철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처음부터 희박했다. 민주당은 행진계획을 당국에 사전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또 현행법상 청와대주변의 집회나 시위는 아예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몰랐을리 없다. 민주당은 민자당이 지난4일 단독국회를 통해 대구가스 폭발사고를 겉치레로 넘어가자 정상운영 가능성이 전혀 없는 단독국회소집과 구태의연한 가두시위로 「공허한」 정치공세의 수순만을 밟고 있는 셈이다.반면 민자당은 대구사고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국정조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아마도 지방선거에만 집착한 나머지 민생현안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더 이상 국회에 매달리다가는 선거에 차질을 빚는다』며 대구사고문제를 다루기 위한 의사일정조정에 내심 반대했던 민자당이 선거에 부담되는 국정조사에 순순히 응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1백1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대구참사는 선거를 앞둔 여야의 당리당략에 묻혀 정치권의 잊혀진 현안이 돼 가고 있다. 지난주 민자당 단독으로 강행한 임시국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야는 그당시 이틀간 대정부질문에 합의해 놓고도 각기 시도지사후보 추천대회와 경선일정을 들어 막판에 이를 뒤집었다. 양당 모두 대구참사보다는 「6월선거에서의 승리」라는 잿밥에 더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여야가 서로 단독국회강행과 소집을 묵계(?)함으로써 명분과 체면을 챙기지 않았나 하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러면서도 선거때 또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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