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스폭발사고등 엄청난 희생자를 동반한 연이은 대형참사로 국민은 사고공포증에 걸려 있다. 지금 뭣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대책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정부가 과연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김영삼대통령은 대형사고가 날때마다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사고는 재발되곤 했다.
내각이나 관계부처들이 내놓는 대책들이 현실성이 없고 탁상공론적인 것이며 창의성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청와대를 겨냥한 전시성책임회피용의 것들도 많다. 대부분이 재탕·삼탕이다. 관계부처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거나 하급기관에 서면지시를 내리는 데나 급급, 관료체제의 고질적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부서의 대표선수중 하나가 건설교통부다. 건교부는 사고가 다발적으로 나는 건설과 육·해·공운등 교통행정의 책임부서다. 주무부서답게 아침에 사고가 나면 저녁에 대책이 나올 정도로 민첩성을 과시해 왔다. 마치 미리 모범답안지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같다.
문제는 시책들이 말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대책이란 것들이 서류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례를 보자. 오명 건설교통부장관은 8일 건교부회의실에서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등 7개 건설관련단체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방지대책회의를 갖고 『…앞으로 사고를 낸 업체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발주처에 통보, 아무리 입찰가격이 낮아도 수주를 못하게 해 업계에서 완전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오장관이 앞으로 그의 말을 어떻게 실천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관행과 우리의 법체계로 봐 블랙리스트 하나로 관련업체의 명줄을 끊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을 실행하려면 법제화해야겠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니 그의 말이 엄포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중복하청, 담합입찰, 설계·시공·감리·감독등의 비리등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적폐를 척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은 정말 없는 것인가. 의지만 있으면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스폭발사건이후 내각과 관계부처가 내놓은 대책은 「가스안전관리체계안」 「지리정보시스템의 구축」 「공사보험의무가입제확대」 「도로중복굴착방지법추진」 「가스경보기설치의무화」등 10여가지가 넘는다. 거의 모두가 듣기 좋은 처방의 이름만 나열해 놓은 것이다. 그것도 중탕인 것들이다. 정부는 대구사건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성의가 부족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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