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가스폭발참사를 보고 3D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직종을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한국의 이미지를 구긴 일들을 모아 놓으면 자칫 한국이 3D 나라로 인식될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섞인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올들어 우리기업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착취 및 구타, 잦은 산업재해와 보상 외면등이 사회문제가 된데서 알 수 있듯이 차츰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기보다는 일하기 「어려운 나라」로 보여져 가는 것은 아닐까. 동남아를 찾는 우리 관광객들의 보기 흉한 행태를 두고 보신관광, 섹스관광, 도박골프관광에 이어 급기야는 마약관광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외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볼까. 흔히 꼴불견의 추한 모습에 어글리(UGLY)란 형용사가 붙는데, 이는 「더러운(DIRTY)」이라는 말과 거기서 거기다.
주한미군이나 외국상사 주재원들에게는 원래 우리나라가 안전사고와 관련해 조심해야 할 나라였는데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에 이은 대구 가스폭발사고까지 겪으면서는 아예 살기 「위험한 나라」가 돼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지난주말 접한 외신 하나가 머리를 세게 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 싱가포르·쿠웨이트등 6개국을 96년 1월을 기해 정부개발원조(ODA)대상인 「개발도상국」에서 졸업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내년중 졸업시킬 예정인 몇나라에서도 빠진 채 향후 수년내 졸업유망국에 포함됐다. 개도국 졸업결정은 1인당 국민소득을 비롯, 경제 및 재정, 사회지표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이루어진다.
OECD가 어떤 기구인가. 가입하면 선진국임을 「공인」받는 기구이기에 우리 정부가 그렇게도 가입을 외쳐 왔고 마침내 96년중에는 그 「희망」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기구에 가입하면서도 개도국에서는 졸업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실은 다지지 않은 채 「1인당 국민소득 선진국 수준달성」식의 외형적 성장에만 급급해 온 우리 사회의 본모습이 또 한번 드러나게 된 것 아닌가.
속은 비었는데 서둘러 OECD에 가입, 선진국이라는 말만 들어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혹시라도 3D 나라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우리의 의식수준을 선진국에 걸맞게 끌어 올리는데 더 신경을 써 내실부터 다질 때이다.<국제2부장>국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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