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파리시장이 1981년과 1988년 두번에 걸쳐 고배를 맛본후 이번에 삼수생으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프랑스는 우파가 14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그의 당선은 프랑스 국내에서는 사회당 정책과의 단절과 공화국 전통의 계속성 유지라는 두가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약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커다란 정책의 틀은 골리즘(드골이 주장한 강한 프랑스의 건설)의 재등장이다. 「강한 프랑스」는 자본주의 경제에 바탕을 둔 성장이라는 전제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가 선거유세중 주장한 좌파적 성향의 정책들은 좌파표를 흡수하고 사회당 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13%내외로 위협하고 있는 실업률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는 당선소감 발표에서 모든 정책은 고용문제해결로 집중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또한 유럽연합에 관한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겠다는 공약도 이러한 측면에서 분열된 여론을 봉합하여 국력을 결집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대에서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의 인적, 물적 자원의 제약을 갖고 있는 프랑스로서는 유럽연합이라는 집단적 대응이라는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국민전선이 15%의 득표를 한 사실이나 사회당의 조스팽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등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집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동표가 30%가 넘기 때문에 선거막판까지 누가 승리할 것인가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것은 시라크 신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실은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사회불평등문제를 완화시키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어느 정도 밀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우의 급성장과 기반이 있는 좌파지지층을 끌어 안기 위한 정책을 계속하지 않으면 앞으로 몇년 후에 있을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여 다시 우파대통령에 좌파총리라는 동거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라크는 일본의 급성장에 놀라움과 경계심을 가진 보통 프랑스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프랑스 국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럽연합을 통한 무역정책에서 한국을 십분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들이 노리는 프랑스의 경제이익추구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면서 대외관계에서 미국중심에서 탈피하기 위해 프랑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능수능란한 외교술로 무장한 프랑스의 말잔치를 경계하고 실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랑스 및 유럽관계전문가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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