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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목장주 잇단 몰락/상속법 강화·육류소비 감소에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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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목장주 잇단 몰락/상속법 강화·육류소비 감소에 “비틀”

입력
1995.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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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넴대통령의 수입개방으로 “넉다운”지난 수백년간 아르헨티나의 명문거족으로 행세해왔던 대목장주들이 최근들어 잇달아 몰락하고 있다.

선대로부터 수백만평의 기름진 초지와 수만마리의 가축들을 상속받아온 아르헨티나의 대목장주들은 그간 유럽의 왕가나 귀족들에 못지 않은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해왔다. 일년에 몇달간 외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예술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유럽 나들이를 하는 것도 예사로 여겨왔다. 최고급 호도나무 가구로 치장된 방에서 오크목식탁에 둘러 앉아 은식기로 식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처럼 부와 품위의 상징으로 인정받았던 에스탄시에로(대목장주)는 이제 족보만 움켜쥐고 있는 빈껍데기 양반가문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많은 대목장들은 목장 입구에 「매물」딱지를 붙이고 구매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형편이다.

대목장주들이 나락의 길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초반부터로 육류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각종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목장에서 기르던 소·양들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르헨티나인들의 육류소비량은 70년대초에 비해 현재는 5분의 1로 감소했다.

80년대 중반 군정에서 민정으로 이양되면서 엄격하게 적용된 상속세법 또한 에스탄시에로들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강화된 상속법에 따른 고율의 상속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대목장들은 보다 소규모로 분할됐으며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목장주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카를로스 메넴 현대통령이 집권한 뒤 채택한 수입개방정책이라 할 수 있다. 목장주들은 시장개방정책에 의해 밀려들어오는 외국농축산물과의 경쟁에서 버텨 나갈수가 없었다. 그간 정부의 보호막뒤에 안주하면서 생산성향상·상품의 질적 개선·가격인하등을 게을리한 채 시대에 뒤처진 목장운영을 해온 당연한 결과였다.

전통적인 에스탄시에로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대목장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3백20 남쪽에 위치한 산타 테레사지방의 노스 잉글레세스농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1백70년간 대물림해온 이 농장을 현재 소유하고 있는 혼 보에테씨는 지난 90년이래 농장에서 한푼의 이익금도 얻지 못하고 있다. 목장의 경계철책이 부서지고 수로가 막혔어도 손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잿더미로 변한 창고를 새로 지을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한 때 유능한 가우초(미국의 카우보이)는 치열한 스카우트의 대상이었다. 가우초의 능력에 따라 소떼의 증감과 발육상태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가우초는 또 낭만스러운 생활방식과 고소득이 보장되므로 인기직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우초 역시 에스탄시에로의 몰락과 함께 단순한 육류사육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페드로 사르사는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목장주들이 서로 탐내던 유명 가우초였다. 그는 이제 말등에 관광객들을 태우고 소몰이하는 광경을 구경시켜주는 신종여행 안내인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그를 가우초로 고용했던 목장주가 팔고 남은 초지를 딴 사람에게 넘길 경우 안내인 직업마저 잃고 실업자로 전락할 처량한 신세가 됐다.

한 때 성공의 인정서 노릇을 했던 팜파(대초원)의 가치추락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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