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축전에 다녀온 한국일보 뉴욕지사 이승환기자는 대구 가스폭발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평양에 있었다. 안내원이 짜주는 바쁜 일정을 따라 다니느라 평양내에서도 본인이 서있는 현장이 아니고는 도무지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수 없는 처지인데 대구가스폭발 사건은 사건직후에 그 내용을 소상히 알수 있었다고 했다. 평양지하철에 노동신문이 군데군데 나붙어 있었는데 거기에 가스사고 뉴스가 1면에 대서 특필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기자는 북한사람들이 남한을 사고투성이 사회로만 알까봐 두려웠다고 했다.북한언론이 남한의 잘못된 일을 대서특필한것은 거의 당연한 것이다. 남한언론들도 북한의 식량폭동, 북한지도자의 교통사고소문등을 크게 취급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모르긴 몰라도 북한주민들은 성수대교붕괴, 대구가스폭발사고, 입에 담기조차도 부끄러운 패역행위등을 북한여론기관들을 통해 들으면서 『과연 남한은 사람 살곳이 못돼』라는 결론을 다짐했을 것이다.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호언한 군인심리로는 남한의 취약점을 군사약점으로 계산하면서 북한의 군사우위를 뿌듯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남북한은 분단 50년동안 극렬한 라이벌 의식을 가져 왔다. 이런 남북한 라이벌 의식이 더러는 긍정적으로 작용한것도 있어 남한의 경우 경제발전에 상당한 동인을 제공했고 북한에는 군사자립 자극을 주게 됐던 것이다.
남북한간의 이런 경쟁의식은 서로를 거울로 삼으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만 된다면 나쁠것이 전혀 없다. 또 그래야 한다.
대구가스폭발 사건을 통해 볼때, 남한은 북한이라는 거울을 비춰보면서 적어도 두가지 모습은 고쳐야 할것이다. 북한에 대한 흡인력도 그런데서 생긴다.
첫째는 공개념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북한에서의 공공개념은 김일성숭배하기 때문에 공개념으로서의 문제성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공건물, 공공질서, 공공안전등에 대한 국민의 존중도는 두려움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국민이 나눠쓰는 철도, 도로, 건물, 환경, 수도, 가스등을 불성실하게 다루거나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있는한 남은 북으로 부터 존중받는 사회가 될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어린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이웃 파출소의 교통순경을 초청해 직접 교통수칙을 가르치게 하고 수도관리시설을 찾아 물을 아껴쓰는 법과 하수도물을 어떻게 깨끗하게 흘려보낼 것인가를 배우게 하며, 동사무소에 가서 질서 지키는 법과 공공봉사 개념을 배우게 해야한다. 공공기물을 마구 때려 부수고 내것이 아니면 자동차, 건물벽등을 서슴없이 못으로 박박 긁어대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갖고는 도무지 공공개념을 얘기할수가 없다.
둘째는 리더십의 능력회복이다. 사회는 급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리더십은 도무지 속수무책인 상태이다. 도시의 아파트화, 자동차 홍수, 도시가스 확대등 사회는 엄청한 변화를 하고 있는데 이를 세밀히 연구하고 장기대책을 책임질만한 리더십은 전무하다. 도무지 누가 이 문제를 감당하며 누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없다. 뒤죽박죽이다. 아무리 국민총생산(GNP)이 높다 할지라도 이런 뒤죽박죽의 리더십을 갖고는 북한의 조롱을 면키 어렵다. 대형 가스사고를 두고 세계에 부끄러운 줄을 알기 전에 우선 북한 사람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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