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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대사/설희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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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대사/설희관(메아리)

입력
1995.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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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탤런트 김혜자씨를 좋아한다. 큰누이처럼 다정다감하고 친숙한 이웃집 아주머니같아 호감이 간다. 「한국의 여인상」으로 불리는 그녀에게서는 고향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대중이 만들어준 스타의 자리위에 군림하지 않고, 소명의식속에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자세가 훌륭하다. 어느 고아원에서는 어머니로 불릴 만큼 「함께 사는 사회」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원일기」속의 현모양처, 21년째 한회사의 CF만을 고집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도 마음에 든다. 지난4일 아침 전화로 처음 만났다.

 방글라데시에서 돌아와 여장도 풀지못했다며 전화를 받았다. 김혜자씨는 아그레망이 필요없는 친선대사다. 92년 탤런트기독신우회가 들어있는 여의도 한국선명회빌딩을 드나들다 홍보사절이 됐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도 88년부터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신이 버린 땅 소말리아를 비롯, 방글라데시 수단 에티오피아 등지를 돌면서 구호활동을 했다. 93년 오드리 헵번이 타계하자 서방언론은 『하나님이 가장 아름다운 새 천사를 얻었다』고 애도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는 김씨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중국(단동) 라오스 베트남 르완다에 이어 7번째로 다녀온 기아의 땅. 「김혜자의 작은 목소리」라는 그의 책에는 아프리카의 충격이 이렇게 적혀있다. 『젓가락같이 마른 다리, 원숭이처럼 퀭한 눈, 내목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던 새까맣고 작은 손들』『한주걱의 죽을 얻어먹기 위해 파리떼가 붙는 눈을 껌벅이며 모여드는 까만 아이들. 외국인이 나타나면 손을 벌려 「인젤라 옐름」(먹을 것이 없어요)하면서 졸졸 따라다닌다』

 40여년전 피란지 부산에서 미군을 보면 『헬로우 껌』하던 어린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가교사옆 공터에서 구호물자와 가루우유를 배급받던 날 철없는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했던가. 미국인 선교사가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설립한 선명회는 당시 깡통을 든 거지소년의 사진을 곁들인 전단에 『10달러면 한국의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한달동안 음식과 옷, 거처를 제공하고 기독교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고 전세계에 도움을 청했었다. 6·25때 그 소년 또래였던 김씨는 이제 50대가 되어 이렇게 호소한다. 『1만원이면 아프리카에서 굶어죽어가는 어린이의 생명을 한달 연장할 수 있습니다』

 7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전쟁의 포화속에 모든 것을 잃었던 우리가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살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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