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승용차를 너무 멀리까지 운행한다. 운행시간도 너무 길다. 대도시의 자가운전자들은 대부분 기껏해야 출퇴근이나하며 주말에나 겨우 교외나들이를 하는 정도여서 1년내내 차를 굴려봤자 1만 안팎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승용차운행거리를 국제비교한 수치를 보면 우리가 승용차를 얼마나 멀리까지 자주 굴리며 유류를 낭비, 교통체증마저 유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승용차 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94년도에 1만9천㎞다. 1일평균 52㎞가 넘는다. 이는 일본(연 9천6백㎞·1일 26.3㎞)의 2배가 넘는 거리다. 국토가 넓어 장거리운행이 불가피한 미국(연 1만6천㎞·1일 43.8㎞)보다도 우리가 더 멀리 그리고 더 자주 승용차를 운행해 승용차의 주행거리에서 세계 최장이다.
승용차를 이처럼 많이 굴리는 이유는 마이카시대가 일천하다는 것과 휘발유값이 싸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낀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휘발유값도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미국 다음으로 싸다. 미국은 휘발유값이 10ℓ에 3달러, 우리는 6.6달러 상당이다. 영국 8.6달러, 일본 9.9달러, 프랑스 10.4달러, 이탈리아 18.3달러등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의 휘발유값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가 이래도 좋은 것인가.
승요차를 멀리 그리고 자주 굴린다는 것은 3중의 피해를 가져온다. 에너지의 과다한 낭비가 첫째 피해다. 승용차의 대당 휘발유소비가 미국·캐나다 다음일 정도로 우리는 유류를 과다소비한다. 두번째 피해는 사고발생빈도가 차량대수에 비해 많다는 것이고, 세번째 피해는 역시 차량보유대수에 비해 교통체증이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본다면 많이 굴린 차에 휘발유세중 교통세(교통세)를 더 물게 하자는 서울시의 건의는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정책이라고 본다. 서울시가 재경원(재경원)등에 건의한 내용은 현행 휘발유값을 1백8%이상 올려 이 중 1백50%를 교통세로 거두는 대신, 자동차세·면허세등을 없애고 연간 60만원선인 종합보험료도 연12만원선으로 낮춰줌으로써 자동차의 소유자체는 제한하지 않되 운행을 자제케 하는 정책을 도입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쓸 경우 휘발유값 부담이 무거워 운행을 크게 자제하게 되고 대중교통수단이 활성화하게 되며 특히 배기량이 큰 대형차소유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통세 중과제도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전에 국민 각자가 차를 덜 굴리는 것이 무엇보다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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