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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사 엄마잃은 어린형제 「눈물의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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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사 엄마잃은 어린형제 「눈물의 어린이날」

입력
1995.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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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로 안싸울게요”/송일국교 김상현·상윤군/폭발참변 모르는 7세 철부지/“공원가자”보채 아버지·형 울먹/어버이날 선물도 마련… 엄마생각하며 안고 잠들어『오늘 친구들과 노느라 학원에 못갔다. 앞으로는 학원에 안가면 어머니께 종아리 10대를 맞겠다』

『엄마, 동생 상윤이와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안 싸울게요』

김상윤(7·대구송일국교1) 상현(10·송일국교 4)군 형제가 3일 쓴 일기에 어머니는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상윤이의 종아리를 때릴 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다.

어린 형제의 어머니 김명숙(39)씨는 지난달 28일 직장인 동구 신천3동사무소에 출근하기 위해 달서구 상인동 보성은하아파트 집을 나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가스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남편 김병수(40·섬유업)씨와 결혼한지 10년, 알밤같은 아들 형제와 고된 맞벌이로 지난해 마련한 33평짜리 아파트등 차곡차곡 쌓은 소중한 행복을 그냥 두고 떠나기엔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다.

아버지 김씨는 두 아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현이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고 동사무소 직원들이 집으로 조문오자 눈치를 채고 말없이 자기 방에 들어가 입학할 때 엄마가 사 준 위인집을 안고 눈물만 흘렸다.

어린 상윤이는 엄마의 시신이 안치된 파티마병원 영안실에서 주위의 통곡에 멋모르고 눈물을 흘렸으나 집에 돌아와서는 이내 모형 로봇 만들기에 정신이 팔리는 나이다. 상윤이는 3일 학교에서 돌아와 아버지에게 『어린이날 달성공원에 놀러가요』라고 매달렸다.

지난해 어린이날 온 가족이 달성공원에 놀러가 사자등 동물들을 구경한 것이 기억난 듯 했다.

아버지는 대답할 마음이 못됐다. 형 상현이는 하늘나라로 간 엄마가 생각나는지 소리죽여 울먹였다. 아버지 김씨도 눈가가 젖었다.

『사고 이틀전 상현이의 소풍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아내였지요. 단칸 사글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 33평짜리 아파트를 사기까지 고생만 하다 그렇게 갈 줄은…』

김씨는 지난달 13일 결혼 10주년때 아내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목걸이와 반지를 종이에 싸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상현이와 상윤이는 8일 어버이날 선물을 벌써 만들어 두었다. 만화영화 주인공 고양이 톰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상윤이도 이 선물을 받을 어머니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밤마다 잠자리에서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눈물짓는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머물고 있는 고모 김순남(32)씨는 『활발하던 아이들이 졸지에 엄마를 잃고 기가 죽은 모습을 볼 때마다 칼로 가슴을 에는 것 같다』며 흐느꼈다.<대구=이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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