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유니섹스바람/「순정물=여자」 「전쟁물=남자」/성별 취향구분 사라져만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지만 요즘 신세대 만화에는 남녀구별이 없다. 여자는 순정만화, 남자는 스포츠·전쟁·기업만화를 선호하는 식의 성별 취향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독자가 스포츠만화의 주요고객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순정만화의 달짝지근한 러브스토리에 가슴조이는 남성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간고사가 막 끝난 최근의 신촌대학가 만화방은 남녀학생들로 꽉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2·H대 4년)양은 『예전에는 순정만화의 예쁜 그림과 환상적인 스토리를 좋아했지만 요새는 스포츠 만화에 푹 빠져있다』며『스포츠만화는 강한 그림체와 극적 긴장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김모(18·서울 서초구 반포동)군은 순정만화의 팬이다. 『남학생들 사이에도 필독서로 통하는 순정만화가 많다』는 김군은 『요즘 순정만화는 내용에 깊이가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이 섬세해 완성도가 높다』고 평한다.
성별구분을 거부하는 X세대의 만화취향은 자연스럽게 만화의 제작풍토를 바꾸고 있다. 만화잡지의 「여성용」「남성용」구분도 사라져 다양한 장르가 한 잡지에 실리며 아예 만화 자체도 남녀층 모두를 겨냥하고 창작된다. 솜사탕 같아야할 순정만화에 무겁고 심각한 내용이 자연스럽게 삽입되고 거창한 대하극화에 낯간지러운 연애스토리는 이제 필수이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뚜렷이 중성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전반적 경향이 물밀듯 들어오는 유니섹스풍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년지「아이큐 점프」에 최근까지 연재를 해온 인기순정만화가 황미나(34)씨는 『성별 취향에 따라 만화의 장르를 구분하던 종래의 경향이 오히려 창작활동에 한계로 작용해 왔다』며 『요즘 만화는 그림체에서 다소 구별이 될 뿐 캐릭터나 스토리는 눈에 띄게 중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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