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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의 남은 과제/최종고(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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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의 남은 과제/최종고(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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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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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5일 발표된 정부의 사법개혁안은 그동안 지적되어온 법조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개혁조치들과 함께 법학교육학제 문제는 7월말까지 논의를 연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학교육은 일단 법조실무, 법조관행과는 다른 문제라면 다른 문제요, 근본문제라면 근본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는 선택은 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비서진이 준비한 수사인지 법학교육에 관해서도 「과감한」, 「근본적」, 「획기적」이라는 표현들을 써서 개혁의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법학교육은 결국 철학을 공부한 대통령의 법학관에 달린 것 아니냐는 전망인 것같이도 보인다.대통령중심제이니 대통령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이 권력자에 의해 무시되어온 것이 군사통치시절의 특징이었다면 문민정치에서는 이런 도식이 달라지기를 국민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대법원장, 법무부장관이 반대하는 「로스쿨제」를 보통의 대통령이라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김영삼대통령은 하고 말 것이라는 논리라든가, 법조계 전체가 마치 반개혁세력처럼 비쳐지고 국민여론이 그러한 것처럼 몰아온 것은 어딘지 호도된 감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법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법학자로서 과연 이런 진행이 정상적이며,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은가 양심을 걸고 묻고 싶다. 양식있는 국민은 개혁이라는 이름의 무리한 조처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걱정하고 있다. 사법시험이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변호사시험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른 해결방안일까? 그러면서도 행정의 손발이 맞지 아니하여 한편으로는 단계적으로 합격인원을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하고 이미 내년에 5백명을 뽑기로 하고 1차 시험에서 대폭 합격시켜 놓았다. 법과대학졸업자, 졸업예정자에게만 응시자격을 준다는 전제가 실현되기도 전에 합격자수부터 덜컹 늘려놓은 것이다.

이런 굴러떨어진 호기회를 놓칠세라 더욱 많은 젊은이들이 고시촌으로 몰려 들고, 심지어 직장인들도 사표내고 사법시험공부를 시작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시험에서 양성에로」라는 탁상공론적 구상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누수현상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왜 현실을 정확히 보고 단계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데 이런 혼란을 자초하는가? 양질의 법률서비스라는 명분이 이런 시행착오에서 어떻게 확보될 수 있겠는가?

로스쿨파동 역시 그러하다. 한국 법학계의 실상을 외면하고 로스쿨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법학계의 질서를 얼마나 뒤흔들어 놓고 있는가? 대륙법체계에서 이론법학을 중심으로 판례의 중요성을 다져가고 있는데, 그것이 뭐가 그리 잘못됐다고 법학교육을 근원적으로 개혁해야 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육이 충실히 되지 못했다면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더 철저히 가르칠 방안을 세워야지 법조비리와 변호사수 때문에 교육내용을 바꾸라는 것은 얼마나 큰 사고의 혼란인가?

법학의 학문적 발전이 파괴되는 사법개혁은 일시적 혼란으로 그치며 무리하게 시도해본들 과거 사법대학원처럼 주저앉고 말 것이다. 로스쿨 얘기가 나오니 이미 대학원의 동요가 심하다. 석·박사학위예정자들이 갈 곳을 몰라 하는데 교수도 현금의 혼란된 논의 속에서 어떻게 하라고 권할 수도 없다는 노교수의 한탄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현대사회에서 법학의 중요성이 점점 고조되는 때에 4년으로 모자라면 6년으로 더욱 충실히 반듯한 실력있는 법률가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사법개혁의 남은 과제는 이런 점에서 혼돈없는 바른 선택에 달려 있다. 「세계화」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변호사의 수만 늘리면 한국 법문화와 법치주의가 성장할 것이라는 단순논리는 이제 그만 접어 두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세계무대에서도 실력이 모자라지 않는 튼튼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법학교육을 이룰 수 있는가에로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학교육의 「과감한 개혁」이라는 대통령의 표현은 과감한 투자와 지원의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로스쿨파동으로 빚어진 법학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취약한 법학교수진의 대폭 증원, 교육시설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돈 잘 버는 변호사보다도 가난한 법학교수가 현저히 모자라는 서글픈 현실을 직시하는데에서 「과감한 개혁」은 출발해야 할 것이다.<서울대교수·법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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