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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로 중국미래 건다(중국리포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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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로 중국미래 건다(중국리포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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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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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등 5곳 성공발판 외자유치·지역확대 박차/홍콩결합땐 성장가속 “세계경제 태풍핵” 야심중국의 경제특구는 경제개혁의 진앙지다. 대륙 전체를 들끓게 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의 대지각변동은 경제특구에서 시작됐다. 경제특구는 개혁과 개방의 실험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경제특구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각종 경제실험 결과에 따라 사회주의식 시장경제 실현이라는 중국식 경제개혁의 폭과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 경제특구의 성공여부에 중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1979년 8월. 중국은 광둥(광동)성의 선천(심천)과 주하이(주해)를 경제특구로 첫 지정, 대륙을 둘러쌌던 「죽의 장막」을 과감히 걷어냈다. 이어 80년 8월과 10월 광둥의 산터우(산두)와 푸젠(복건)성의 샤먼(하문)이 각각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당시 중국경제는 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이래 30년동안 각종 경제정책의 거듭된 실패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었다. 경제특구는 마지막 돌파구였던 셈이다.

그 이후 경제특구는 믿기지 않을만큼 변했다. 경제특구의 발전속도는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경제특구의 선봉장격인 선천의 지난 93년 공업총생산액은 4백80억위안(원) (한화 4조8천억원상당). 경제특구로 지정된 다음해인 80년의 8천4백만위안과 비교하면 5백70배가 넘는 엄청난 경제성장이다. 불과 15년안에 이루어진 일이다. 인구 3만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천에는 현재 8백80여개의 각종 금융기관과 9천1백여개의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섰다. 선천의 경제발전은 앞으로도 결코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에만 2천2백23건의 신규 합작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액도 29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푸젠성의 자존심인 샤먼의 경우도 고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21.45%의 가파른 상승세를 구가했다. 지난해 GDP가 1백89억위안을 기록, 지난 81년 GDP의 11배이상 성장했다. 88년에 뒤늦게 특구대열에 뛰어든 하이난(해남)성 역시 지금 성전체가 개발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개경제특구의 성공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의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특구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은 개혁과 개방정책을 가속화해 나갔다. 중국은 경제특구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84년 광저우(광주) 상하이(상해) 톈진(천진)등 중국 연해지역의 14개도시를 개방했다. 85년 2월에는 장강3각주 주강3각주등 4개지역을 연해경제개방구로 확대 지정했다. 개혁과 개방 대상지역을 경제특구라는 작은 점에서 선으로, 또 다시 면(면)으로 확대하는등 입체적인 개방정책을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특구는 이제 개혁의 성지로 바뀌고 있다. 92년 1월 덩샤오핑(등소평)은 84년에 이어 8년만에 선천등 경제특구를 다시 방문했다. 여기서 등은 그 유명한 남순강화를 남겼다. 89년 천안문사태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정상궤도를 이탈하면서 빚어진 침체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등은 선천 도심에 우뚝 솟은 53층짜리 무역센터 꼭대기의 회전전망대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선천의 경험을 통해 올바른 것으로 증명됐다』고 갈파했다. 개혁·개방정책이 변함없이 추진될 것임을 대내외에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이후 선천을 비롯한 경제특구는 중국 경제정책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되면서 등의 개혁·개방정책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성지순례코스가 되었다. 당간부 및 정부관리와 군인등을 포함, 중국을 움직여가는 엘리트들이 경제특구를 방문, 개혁·개방정책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돌아 간다. 지난 2월 등사망 임박설이 나돌때 양상쿤(양상곤) 자오쯔양(조자양)등 중국 지도자들이 경제특구를 찾았다. 등사망후 동요를 막고 줄기차게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기위한 사전포석에서 이루어진 방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특구는 97년 홍콩 반환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경제특구와 홍콩의 경제력이 결합할 경우 엄청난 상승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특구는 홍콩과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 전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특구는 이제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다.<선천·샤먼=김병주 기자>

◎본보기동취재반이 본 심천의 오늘/빼곡한 고층빌딩숲속 꼬리문 외제차 행렬/밤이면 불야성… 향락·범죄증가 부작용도

경제특구 선천(심천) 중심가에는 현재 중국 최고층인 88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막바지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큰 숫자라고 생각하는 8자를 사용, 건물층수를 88층으로 만들었다. 세계각국의 무역회사와 금융기관등이 모여들 이 빌딩의 이름은 「지왕」으로 땅의 왕이라는 뜻이다. 선천에는 지왕과 같은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동시에 수십채씩 올라가고 있다.

선천을 둘러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국의 미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우중충하고 지저분한 중국의 여느 도시들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마천루를 연상케하는 고층빌딩이 쭉쭉 뻗어있는 모습은 마치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전거를 보기도 쉽지 않다. 대신 이제 막 구입한 듯한 벤츠·BMW·아우디등 외국의 최신 모델차들이 빌딩숲 사이를 질주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모습도 눈에 띈다. 마치 전세계 유명 자동차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베이징등 대도시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폐차직전 모습의 낡은 택시들은 거의 없다. 택시들도 고급이다. 승합차형 택시인 미엔파오(면포:식빵차라는 뜻)나 삼륜차 택시인싼커우러(삼구락:3명이 타는 즐거운 차라는 뜻)의 모습도 없다.

선천은 미래를 향해 뛰는 젊은 도시다. 과거 억압과 획일주의의 「유품」인 푸른 인민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없다. 머리에 갖가지 색깔로 염색을 하고 가죽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중국의 신세대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이들에게서 이념이나 전통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선천은 중국의 미래 도시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선천은 「인간시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인에게 선천은 돈을 많이 벌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의 젊은 인재들이 특히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도심의 한 특급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상하이대학 출신의 다오자오위안(도조원·25)양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이다. 아버지가 대학교수이고 어머니가 의사인 다오양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동생과 함께 이곳에 왔다. 다오양은 『돈을 벌게 되면 좋은 차와 넓은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선천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도시일 것이다. 급격한 개방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함께 갖가지 자본주의의 질병도 옮겨 놓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소매치기와 강도등 사회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향락산업도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신음소리도 들린다.

풍요로움과 찌든 가난이 함께 배어 있는 곳이 선천의 밤거리다. 밤이 되면 걸인들이 거리에 하나둘씩 등장한다. 꽃 한송이를 든 5∼6세 정도의 여아들은 거의 필사적으로 꽃을 팔아달라며 다리를 붙들고 울먹인다. 호텔주위에는 젖먹이를 업은 아줌마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늙은이들이 3∼4명씩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환락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호텔로비와 커피숍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매춘부들이 노골적으로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수백개에 이르는 나이트 클럽과 가라오케의 네온사인으로 선천의 밤은 매일같이 불야성을 이룬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얻었던 것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선천=김병주 기자>

◇중국 기동취재반

이병규 (정치2부차장)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하종오 (사회2부기자)

김병찬 (문화1부기자)

김삼우 (체육부기자)

이동국 (정치1부 기자)

김병주 (경제2부기자)

김 혁 (전국부기자)

장학만 (사회1부기자)

김건수 (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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