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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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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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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구시가 가스폭발 사고 뒷수습을 무리하게 서둘러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신문보도는 참으로 한심한 소식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굴착공사중 가스관을 파열시킨것으로 알려진 건설회사 대표등 5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고, 대구시는 사고발생 1주일만인 5일부터 차량통행을 정상화하기위해 철야로 사고현장 복구작업을 강행하고 있고, 정부는 희생자 장례와 보상을 유례없이 서두르고 있는데,그 이유는 임박한 지방선거를 의식하여 하루빨리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한다.여론이 여러 갈래로 나눠질때 어느쪽이 진정한 민심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고현장의 복구가 늦어져 교통혼잡이 심할 경우 『밤새워 복구작업을 하지않고 뭘하느냐』는 여론도 있고, 『쏟아지는 비속에 안전조치도 없이 철야작업을 하다니 제2의 사고가 나면 어쩌느냐』는 여론도 있을 수 있다. 이럴때 대구시는 어느쪽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가장 양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일주일만에 사고현장을 복구한다는 것이 무리없는 선택인지 의심스럽다.

민주국가의 정부가 민심을 무시할수는 없고, 무시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민심이란 열심히 바르게 일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그것을 목표로 해서 얻을 수 있는것은 아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사고수습을 서두르면서 민심을 잠재울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민심은 때때로 충동적이고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지만, 정치에 속아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민심은 누가, 무엇이 옳은지를 가려낼 분별력이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임시국회를 열면서 대구 가스사고를 되도록 가볍게 넘어가겠다는 여당의 발상은 민심을 잃어버리기에 딱 알맞는 사고방식이다. 민자당안에서도 『대구 사고는 인재가 아닌 관재』라는 개탄이 나왔다는데, 관재라면 더욱 더 관계장관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야당이 밉더라도 그처럼 엄청난 사고앞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여당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민심얻기에 너무 집착하는것은 위험하다. 민심을 잃었다고 초조해서 무리수를 두면 민심은 점점 멀리 떠나게 된다. 민심얻기에 편법은 없다.신뢰를 먼저 얻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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