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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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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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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파는 데서 3류 후진국의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드러내놓는다. 많은 예산을 들여 산뜻하게 새로 포장해놓은 도로가 1년도 안돼 누더기 처럼 돼버리는 것을 보고 탄식을 하지않는 사람이 없지만 정부는 결코 그 버릇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전화공사 한다고 파고 가스관 놓는다고 또 파헤치고 상수도관 바꾼다고 판데 또 파고 하수도 고친다고 다시 파고… 공사가 1년 열두달 끝날줄을 모르니 새 길도 금방 누더기 처럼 돼버리는 것이다. 길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산 낭비에다 각종 사고 유발과 교통체증까지 생각하면 어째서 그 버릇을 못 고치는지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이 몰라서 그 버릇을 안고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산을 따고 업자를 선정해서 공사를 발주하고 하는 과정에 어떤 묘미가 있기 때문에 공사를 통합하지 못하고 따로 따로 자기 몫을 챙기려 하는게 아니냐는 의심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패와 비능률 불합리 무능 나태 같은 3류 후진국을 연상케 해주는 무책임한 행정에다가 업자들의 부도덕 까지 겹쳐 공사란 공사는 모조리 부실공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됐으니 이러고도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건지 절망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한바탕 떠들고는 곧 잊어버리고 또 똑같은 사고를 다시 내고 하는 일이 이제 정말 신물 난다는게 시중 여론이다. 딴 건 다 제쳐두고 이번 기회에 각종 공사를 계획성 있게 체계를 세워 일괄적으로 통합 발주하는 것만이라도 한번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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