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소비감소 영향/매년 4,000곳 문닫아/6만5천곳 겨우 명맥만프랑스하면 연상되는 많은 것중 노변에 늘어선 카페야말로 가장 프랑스적인 정경으로 떠오를 것이다. 프랑스의 카페는 지위의 고하와 직업의 귀천을 막론하고 프랑스인들이 3백년이상 가장 사랑하고 즐겨 찾아 온 곳이다. 카페와 프랑스만의 서민적 카페인 「비스트로」, 선술집같은 분위기인 「브라스리」는 프랑스사람들의 생활의 한 부분이 돼왔다.
프랑스인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수다와 토론을 좋아하는 민족일 것이다. 그래서 카페문화가 유달리 발달했을지도 모른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과 크로와상 빵을 앞에 놓고 동네의 대소사로부터 문학과 예술, 정치에 이르기까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떠들기를 좋아하는게 골르와족(프랑스인종)의 기질이다. 카페는 쁘티 부르주아(소시민)의 사랑방으로서 프랑스혁명을 잉태했고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사조가 싹튼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에 등장하는 샹젤리제의 카페 「푸케」로부터 사르트르와 시몬느 보봐르가 앉아 실존을 고뇌하고 아폴리네르가 전위예술지를 편집했다는 생제르맹 데 프레의 「드 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등은 프랑스 카페의 대명사다. 앙드레 지드, 장 콕토, 폴 발레리, 오스카 와일드, 헤밍웨이, 헨리 밀러, 레닌과 트로츠키등 당대의 대가와 해외망명가들이 모였던 몽파르나스 일대의 유서깊은 카페 「라 로통드」 「라 쿠폴」 「르 셀렉트」 「르 돔」등은 세계문화와 역사에서 뻬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프랑스 카페들이 지금은 거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카페가 사라져 간다는 것은 프랑스사람들의 생활양식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 문화의 변질로도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 카페조합에 의하면 매년 4천개의 카페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1960년에 전국적으로 22만개에 달했던 카페가 지금은 불과 6만5천개로 35년만에 무려 70%가 줄었다.
TV에 등장한 파리의 한 카페주인은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 사람처럼 돼가고 있다. 그들은 카페에 앉아 떠들고 먹느니 패스트 푸드점에 가고 일과가 끝나면 집에 달려가 TV를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페가 줄어드는 이유를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로 설명하기도 한다.
2∼3시간씩 됐던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일에 쫓겨 1시간남짓으로 줄고 다이어트 풍조와 밤에는 누에고치처럼 집구석에 쳐박혀 지내는 이른바 「코쿠닝」들이 늘고 있는 것도 카페가 사라져가는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인들의 음주량이 준 것도 한 이유로 설명된다. 한 통계에 의하면 80년에는 1인당 순알코올 소비량이 60ℓ였으나 지금은 10ℓ라고 한다.
미국식 패스트 푸드점이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체인점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카페의 퇴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카페는 차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비싼 레스토랑에 갈 형편이 안될 때 간단히 요기를 하고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앞치마를 두른 가르송(남자종업원)들이 양손에 접시를 나르고 여름이면 길가에 의자를 내놓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거리의 악사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한가롭고 낭만에 넘친 카페는 이제 파리지앤(파리시민)보다 한 해에 프랑스인구만큼 찾아오는 6천만 관광객들이 점차 차지하고 있다. 카페의 실종은 현대 프랑스인들이 마음의 고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같다.<파리=한기봉 특파원>파리=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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