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중국은 황금연휴이다. 12억 인민들이 봄나들이에 나서 수도인 베이징(북경)이나 상하이(상해), 그리고 개방을 선도하는 광둥(광동)의 유원지 어디를 가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나누는 얘기가 화창한 날씨와는 다소 거리가 먼듯한 화제였다는 점이다.『사임한 천시퉁(진희동)당서기가 자살했다더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베이징시의 간부는 모두 60명이나 된다더라』… 지난달 27일 천시퉁 베이징시 당서기의 사임사태를 시민들은 권력층의 파워게임으로 보려는 시각이 역력했다.
이번 사태는 상하이파의 베이징파에 대한 승리이자 제2의 문화혁명의 시발탄이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문화혁명당시 마오쩌둥(모택동)을 등에 업은 상하이파 4인방과 홍위병의 공격으로 베이징시 당서기가 사임했고 부시장이 자살까지 하는 사태가 빚어졌었다.
그런데 상하이파의 승리로 끝난 이번 싸움의 추이를 많은 사람들이 개방의 물결이 넘치는 광둥지역과 연결짓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마오쩌둥 사후 상하이파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예지엔잉(엽검영)으로 대표되는 광둥파였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파 초토화는 광둥파와의 일대격전을 앞둔 예비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광둥은 군부실세 양상쿤(양상곤) 전국가주석과 자오쯔양(조자양) 전총서기의 본거지이다. 광둥은 중국의 최고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이 살아있는 동안은 낮은 포복자세이지만 그가 사망하면 어떻게 표변할지 궁금하다. 등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지난 설무렵에도 자오쯔양은 이른바 과거 자신의 심복들과 골프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다. 이날 그의 추종자들은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부인을 대동한채 그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인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중국 근현대사를 풍미한 이들 3대 지역이 또 한편의 권력투쟁사를 쓰기 위해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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