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의 일이다. 로마에서 같이 공부한 동창신부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전화로 당시 내가 사목하고 있던 성당으로 오는 버스편을 묻는 그 친구에게 공항에서 기다리라 해놓고 부리나케 공항까지 나가 데리고 왔다. 그는 다른 친구신부 한명을 동반하고 있었다. 사전연락도 없이 찾아온 친구였지만 오랜만에,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우리나라 관광을 왔다는 사실에 고맙기까지 했다.숙소를 물었더니 정하지 않고 왔단다. 그 친구는 나만 믿고 숙소도 정하지 않고 서울엘 왔다. 우선 우리 성당에서 가까운 수도원에 연락하여 숙소를 정하고 마침 점심식사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았다. 갈비집으로 갔는데 젓가락질에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는 그 친구들을 보고 포크를 줄까 물었더니 그냥 젓가락질을 해 보겠단다. 여러나라를 여행한 그들이었지만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에는 처음이란다.
어떤 나라의 민족과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태도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갈비집의 아가씨도 흐뭇해 했다. 조금 서투르면 어떠랴. 당연히 포크를 요구하는 서양인들이 많은데, 하겠다는 그들의 태도가 대견했던 것이다. 그 후에도 그들의 수용적인 이런 태도는 여러 군데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관광책자를 통해 한국에서 찾아보아야 할 곳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꽤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고궁들을 보고 놀라고, 해인사에서 스님들과 며칠을 함께 지내는등 우리 문화와 관련된 여러 곳을 찾았다. 내게 시간이 없는 날은 그들을 동반, 안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혼자서도 잘 찾아다녔다.
나와 함께 어느 민속마을을 둘러보고 난 후 내게 한 말 한 마디는 잊혀지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민족마다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는데, 인간은 개성을 무시하고 똑같이 만들려고만 한다』
그는 문화를 아는 사람이다. 개인에게서도 개성의 차이가 매력을 불러일으키듯이 문화의 차이가 다른 문화를 찾게 한다. 현대인이 만드는 세계의 획일화는 우리를 곧 식상하게 만드고 말 것이다. 한국방문의 해를 뜻없이 마치고 또 세계화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말이다.<김종수 신부·천주교주교회의 사무차장>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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