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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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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는 중세풍의 고색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다. 비단 고도로서만이 아니고 독일 최고로 꼽히는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다. 주변의 하이델베르크성을 배경으로 1386년에 벌써 종합대학이 들어섰다. 이 대학촌엔 하이델베르크대학을 중심으로 과학·의학·법률연구소와 음악·연극대학이 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은 이 도시를 무대와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발랄하고 로맨틱한 대학생활과 젊은이의 애환이 아릿하게 그려진 명화의 하나로 꼽을 만 하다. 여기에 나오는 맥주집은 아직도 남아 있어 전통을 자랑한다. 인구가 적은 아담한 마을이라 늘 조용하고 거리에 나서면 저절로 사색에 잠길만한 분위기가 꽉 자리 잡혔다. ◆서울의 대학촌과 견주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주변의 환경과 분위기가 들떠 있고 향락적이며 심지어 퇴폐성향까지 끼여 든다. 먹자빌딩 먹자골목으로 들어 찼고 오렌지거리를 연상케까지 한다. 대학촌이 아니라 유흥가와 다를 바 없다. 어느 대학의 거리엔 10년전만해도 책방이 10개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4개로 줄었다. ◆서울 신촌일대엔 이름난 대학이 여러개가 있지만 장터인지 유흥가인지 구별을 못할 지경이다. 대학촌의 분위기는 소멸된지 오래다. 여기만이라도 지성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서울의 모습은 한결 고상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먹자, 사자, 놀자가 너무 흥청대는 대학촌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런 현상을 보다 못한 사립대총학장협의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교육환경보전법」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교육환경의 황폐화는 방치할 일이 아니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대학주변은 규제완화 아닌 규제강화가 필요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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