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종찬고문은 요즈음 매우 착잡하고 곤혹스럽다. 경기도지사 후보문제를 둘러싸고 정면대결양상으로 비화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이기택총재간 파워게임의 한복판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총재가 밀고있는 장경우의원이 당내 후보경선출마를 선언한 27일 아침에도 동교동계 핵심인 권노갑부총재로부터 강력한 출마권유를 받았다. 이에대한 답변은 『그것이 당전체의 합의라면 따르겠다. 그러나 경선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수락도, 그렇다고 거부도 아닌 이처럼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일수밖에 없는게 이고문의 처지이다.
일단 그의 속마음은 『출마하기 싫다』는 쪽이라는것이 대부분 주변인사들의 설명이다. 지난92년 민자당의 대권주자중 한사람이기도 했던 그의 자존심에다 출신지인 서울과 중앙정치에 대한 「미련」이 작용했을법 하다.
그럼에도 이고문은 지난25일 김이사장의 직접 요청을 받고 면전에서 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아무래도 민주당의 최대주주인 김이사장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데는 부담을 느꼈던것 같다. 불과 2개월전에 민주당에 입당, 아직 당내에 뚜렷한 세력기반이 없는 그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는 경기도지사선거가 오히려 그의 정치적 재도약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분석아래 실제로 그의 출마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없지않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고문은 출마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할만한 입장도 아니다. 11대국회부터 정치적 고락을 함께해온 자신의 직계인 장의원과의 특수한 관계때문이다. 당내에도 『이들에게 표대결을 시킬수는 없지않느냐』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분위기이다. 어쨌든 이고문은 최근 경기도지사파동으로 92년 민자당을 떠난이래 가장 혹독한 심적 갈등과 번민을 겪고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