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명한 사회인사들 몇몇이 「정당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모임을 가진 일이 있었다. 형식을 갖춘 모임은 아니었다. 정치인, 학자, 법조인, 전직고위관리, 실업인 몇몇이 지금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선거전쟁을 맞아 정당이 국민기대를 어떻게 채워 갈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좋은 의견을 모을 수 있으면 이를 사회화하자는 심산으로 별 계획없이 모인 모임이라 했다. 정당에 대한 공격발언이 먼저 나왔다. 김심을 잘 읽어야 공천도 받고 출세를 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대여당이 서울시장후보 하나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선거철에 정당주변을 떠도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공당으로서의 체면이 안설 정도로 질이 낮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이런 정당은 공당이 아니며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겠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참석한 한 현역 정치인은 정당비판이 이 정도까지 미치자 약간 상기된 얼굴로 『그러면 정당이 아닌 누가 정권을 잡아야 하는가, 군인들이 다시 나와야 할 것인가, 아니면 경찰이라도 나와야 하는가』라는 막말까지 하면서 그래도 국민이 정당을 아끼고 키워나가는 쪽으로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정당의 시민화였다. 정당은 우선 선거에 나설 정당후보를 당원로나 실력자 개인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결정케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었다. 정당 예비선거를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처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은 누구든지 정당후보에 나설 수 있고 정당원은 누구나 후보경선에 한표를 행사해 정당후보를 결정케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은 곧바로 시민화가 되는 것이다. 후보들은 선거과정에서 스스로 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김심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이유도 없으며 여당이 후보선정을 두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경우 19세기말에 이미 정당간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던 정당시대를 청산했다. 당은 그저 이름만 빌려주고 누구든지 정당후보에 출마할 수 있게 하고 시민이면 누구나 정당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민주당, 공화당의 강력한 양당제도가 살아있는 것은 이들 정당이 시민에게 이름을 빌려주는 정당으로서의 변신을 빨리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당간부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지금 가고 있다. 정당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시간이 다소 걸릴지 모르나 한국정당도 결국 시민정당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누가 정당을 시민에게 더 빨리 개방하느냐가 누가 더 강력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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