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기행의 일그러진 인물 다뤄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고 있다.
근래 만들어졌거나 현재 제작 중인 영화의 주인공들은 폭력에 대한 불안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남자,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끼는 남자,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고 포르노영화 속으로 도피하는 남자, 사회에서 소외된 동성연애자등이다.
이 영화들은 정상적 인간이 겪는 갈등을 다루지 않고 일그러진 주인공들을 내세워 이들이 벌이는 기행이나 충격적인 사건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해 말 탈주범과 술집접대부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세 인물의 기행을 그린 「세상 밖으로」가 서울에서만 2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등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안성기가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샐러리맨으로 등장한 「남자는 괴로워」가 대표적 예이다.
제작 중인 영화로는 삶에 절망해 자살을 기도하는 시인과 도둑이 빌딩 옥상에서 만나는데서 시작하는 「도둑과 시인」이 그러하다.
또 현실과 대면하기보다 포르노영화 보기에 탐닉하는 「포르노맨」의 주인공도 사회적 일탈자의 모습이다. 폭력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노이로제증세를 보이다 우연히 총 한자루를 주은 후 돈키호테처럼 되는 「총잡이」의 주인공도 현실에 공포를 느끼는 부적응자라는 점이 같다.
박찬욱감독이 다음달 크랭크인할 「삼인조」는 더욱 심한 부적응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박감독은 『이 작품은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웃사이더들이 삶의 역전을 꿈꾸며 느닷없이 벌이는 무장강도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카바레에서 색소폰을 부는 염세주의자와 총기를 밀매하다 조직 몰래 총을 빼돌리는 남자, 미혼모로 유흥가를 전전하다 이들과 합류하는 여성등 세 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강도행위를 하는 줄거리이다.
병적인 인물이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향은 사회병리적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흥미를 위해 부정적인 사회상을 과장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교수는 『TV나 영화의 제작자들이 보다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관객에게 아부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폭력성등 미디어가 조성하는 세계관이 관객의 사회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김경희 기자>김경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