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현지사 강경 정부곤혹/재처리배제 확약 요구하다 철회/우여곡절끝에 오늘 입항 ○…프랑스를 떠난지 두달여만인 25일 아침 최종 목적지인 일본의 아오모리(청삼)현 로카쇼무라 무쓰오가와라(륙오소천원)항 앞바다에 도착한 고준위 핵폐기물 수송선 「퍼시픽 핀테일」호는 예상치 못한 아오모리현의 입항거부로 장시간 해상정박후 간신히 입항허가를 얻었다.
이날 새벽부터 항구에 몰려든 그린피스 일본지부, 「플루토늄 액션 전국 네트워크」등 반핵환경단체 소속 시위대 2백여명도 1천여명의 경찰과 대치, 실랑이를 거듭하면서 아오모리현은 순식간에 세계뉴스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날 도착한 퍼시픽 핀테일호에는 일본이 영국과 프랑스에 재처리를 맡긴 총1천2백여톤의 기사용 핵연료중 11차 반환분인 고준위핵폐기물 약14톤, 20드럼분이 실려있다. 이 선박은 지난 2월23일 반핵환경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속에 프랑스의 셰르부르항을 출발, 남미 케이프혼을 도는 긴항로를 운항해 왔다.
○…3만3천여를 순항해온 퍼시픽 핀테일호가 최종순간에 부닥친 암초는 일본정부의 불확실한 태도에 의문을 품은 기무라 모리오(목촌수남) 아오모리현 지사의 강경한 태도.
신진당계인 기무라지사는 24일 아침부터 철야로 진행된 정부 및 전력업계와의 교섭에서 『아오모리현에서 핵폐기물이 최종처리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전력업계로부터는 문서로 확인서를 받았으나 정부가 문서확약에 난색을 표하자 이날 상오7시20분께 항만시설사용허가거부를 공식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원자력 연료공사측도 상오7시50분께 이 배의 접안중지를 발표했으나 하오 허가를 얻어냈다.
다나카 마키코(전중진기자) 과학기술청장관은 이날 상오 기자회견에서 『기무라지사의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쾌감을 나타내면서도 사태의 심각성때문인지 『지사가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조속히 취하겠다』며 수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번에 도착한 1차분 핵폐기물은 30∼50년간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저장시설에 보관돼 4백도에 이르는 중심부의 온도를 1백50도정도로 낮춘 후 영구처분시설로 넘겨질 예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래 옅은 갈색의 액체상태지만 프랑스의 원전회사는 여기에 유리를 섞어 고형화시킨 뒤 스테인리스 특수용기에 넣어 일본으로 운반했다. 프랑스측은 출발전부터 안전성에 대해서는 자신을 보여왔다. 하지만 아오모리현 주민들은 일본정부가 장기적인 핵폐기물 저장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가만히 있다가는 아오모리현이 핵폐기물의 최종처리장으로 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려왔다. 이날 입항거부의 배경에는 이같은 중앙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있다.
일본정부의 「원자력 장기계획」은 2천년까지 폐기물처리 실시주체를 선정, 처분지를 선정한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불안한 아오모리현 주민들로서는 『아오모리를 최종처분지로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중앙정부의 담보가 필요했던 셈이다.
한편 신진당계인 기무라지사와 자민당의 다나카장관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는 정치적인 배경도 한자락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화장실없는 맨션」인 원자력발전의 기본적인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핵연료인 농축우라늄은 원자로를 거치면서 플루토늄과 핵분열부산물을 생성한다. 이를 재처리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대량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
국내 재처리시설이 없는 일본은 지금까지 모두 6천2백톤을 영국과 프랑스에 수송, 재처리과정을 밟고 있으며 앞으로 9백톤을 추가로 수송할 예정이다.
이를 모두 재처리할 경우 2010년까지 유리와 섞어 고형화한 특수용기의 고준위폐기물 3천여톤과 일정량의 우라늄, 45톤의 플루토늄, 2백ℓ드럼 15만개분의 저준위폐기물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이번 선적분은 그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