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협회 세미나서 박찬형박사 주장/고통 경감위한 마약사용 금기시 말아야 「치료」에만 머물러왔던 암환자에 대한 진료원칙을 「삶의 질 향상」이라는 포괄적 목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암협회 주최로 최근 열린 춘계 암계몽강연회에서 삼성의료원 박찬형 혈액종양내과장은 『우리나라에선 의사나 환자 모두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같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30년이상 의사로 일하다 지난해 귀국한 박과장은 환자의 병명은 물론 진행상태를 환자에게 확실히 설명하는 미국의료계와는 달리 환자본인에게 병명을 되도록 숨기려는 국내 의료관행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박박사는 소생 가능성이 없는 암환자, 즉 심장이나 호흡이 멈춘 환자의 심장에 바늘을 꽂거나 기관지에 관을 집어넣어 인공적으로 호흡을 하게 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환자가 말기상태에 빠지기 전에 「인공적인 수명연장」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를 위해 환자에게 병명을 알리는 것은 선결과제다. 미국에선 일부 소생불가능한 환자들에게는 「DNR」(인공수명연장중단)를 실시해 자연사를 유도하는데, 이는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안락사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는 또 국내의료진의 소극적인 통증해소노력과 이를 당연시하는 환자들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박박사는 『미국에선 환자가 통증해소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의사들 역시 환자들의 고통을 해소하지 못하면 수치로 생각한다』면서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마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의사들이 마약을 사용하려면 준비해야할 서류가 너무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 국내에서 쓰이는 경구용마약의 용량은 10㎎ 30㎎ 두종류밖에 없으나 미국에선 2백㎎짜리도 나와있다.
국내에서 모르핀사용이 억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모르핀은 통증해소는 물론 말기암환자의 호흡곤란 증세에 특히 효과적이나 모르핀사용이 기피되고 있다. 박박사는 『의사들이 마약의 부작용을 우려해 애석하게도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면서 『대한암협회와 같은 공공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송영주 기자>송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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