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1·3위 환은·상은 90년대들어 하위권 전락/꼴찌 조흥은 작년1위 우뚝… 부실채권이 “변수” 은행업만큼 짧은시간에 부침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별로 없는 것같다. 5년 또는 10년이 멀다 하고 은행들의 세력판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큰 기업체의 부도로 수천억원의 부실채권을 한두번만 떠안게 되면 잘 나가던 은행도 풀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최근 유원건설의 부도로 3천7백30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제일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 1, 2위를 다투던 은행이었으나 유원건설 부도에다 지난해 효산그룹의 부도로 인해 부실여신이 많은 은행으로 전락했다.
10년전만 돌아보면 그동안 은행판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지난 80년부터 85년까지 당기순이익 1위를 고수하던 외환은행은 90년에는 6대 시중은행중 최하위, 지난해에는 4위(1천3억원)로 떨어졌다. 상업은행도 지난 80년 2위, 85년 3위에서 90년에는 4위로 지난해에는 5위(5백45억원)로 계속 하강곡선을 탔다. 반면 지난 85년 6대 시중은행중 꼴찌를 기록했던 조흥은행은 지난해 1위(1천3백63억원)로 부상, 거의 10년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순위변동이 심한 것은 부실채권때문이다. 부실여신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곧바로 은행의 순이익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조흥은행이 80년대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철희·장영자사건과 영동개발사건등 대형 금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상업은행도 80년대 이·장사건과 명성사건, 92년 이희도 명동지점장 자살사건, 최근의 (주)한양사건등 일련의 금융사고와 거래업체 부도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했었다.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80년대중반 정부의 산업합리화과정에서 경남기업과 대한선주의 부실채권 1조원가량을 떠안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은행판도의 급변은, 달리 해석하면 현재의 판도가 조만간 다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조흥은행도 10년전에는 꼴찌를 면하지 못했으며, 그동안 부실은행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던 상업은행은 지난해 (주)한양이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돼 부실채권을 털어냄으로써 현재는 재무구조가 가장 좋은 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외환은행도 경남기업과 대한선주의 대출원금이 회수되는 오는 98년 이후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실채권은 은행들이 신용관리를 잘못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관치금융의 결과였다. 신한은행이나 하나·보람은행등 후발은행이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관치금융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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