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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벼랑끝 외교/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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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벼랑끝 외교/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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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베를린의 북·미 경수로회담이 결렬된 결과를 발표하는 북한대표의 표정은 대리석처럼 굳어 보였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북한은 핵무기개발의심을 받아오던중 93년 3월 느닷없이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부터 탈퇴한다고 선언해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었다. 세계는 막무가내로 기를 쓰는 북한을 달래고 위협하면서 2년가까이 협상한후 94년 10월 경수로회담을 맺고 북한의 중수로 원자로를 철거하는 대신 핵무기제조가 어려운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주는데 합의했었다. 북한은 그동안 합의문서에 한국형이라는 말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형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면서 한국형수용을 반대하다가 결국 이날 회담결렬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결렬선언을 한 이 경수로 회담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북한외교사의 행태로 미뤄봐 북한이 절대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외교에 이용할 수 있는 벼랑(BRINK)이 있는 한 마지막까지 이 벼랑을 이용하려 드는 것이 북한이었고 그런 벼랑은 미국에게도 있고 한국에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자신의 벼랑도 있다.

 이 벼랑끝외교(BRINKMANSHIP)를 잘 하기로는 북한을 능가할 나라가 없다. 단 반 발짝이라도 물러설 자리가 있을 때까지 버티는가 하면 상대방의 벼랑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독사같은 지혜를 갖고 있다. 이것은 6·25의 휴전회담장에서, 푸에블로사건(1968)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에서, 그리고 남북대화에서 충분히 증명되어 왔다.

 미국은 여론이라는 벼랑을 갖고 있다. 한국의 벼랑은 북한의 전쟁도발위협에서 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한국에 팽배하는 한 북한은 남한을 인질로 하는 벼랑외교를 계속하려 들 것이다. 이미 북한은 핵회담이 교착상태에 들때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남한을 인질로 잡으려 해왔다.미국은 사실 벼랑이 크지 않다.북한이 버티면 미국은 이라크나 소말리아의 전례를 생각하려 들것이다. 유엔결의를 통해 북한정권의 생존을 벼랑으로 밀 것이다. 북한이 얼마를 버틸지는 모른다. 다만 이럴 경우 남한을 인질로 잡으려 드는 것이 문제다.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는 말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때가 됐다. 당초부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한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어났다.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고 남한은 생존을 위해 버틴 것이었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라는 말이 마치 남한이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뜻이 함축된 것같은 인상을 주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로 북한이 도발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전쟁을 위협한다면 남한은 그 위협을 대비해야지 『전쟁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자칫하면 전쟁생존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북한의 전쟁위협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방어계획을 다시 짜야 할지를 모를 정도로 우리는 그동안 전쟁대비를 소홀히 해왔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가 한국을 인질로 잡고 이뤄지는 것을 막을 대비를 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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