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을 출 줄 모른다. 그 정도가 아니고 아예 춤추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모임에서 춤을 추게 되는 경우는 아주 곤욕을 치르곤 한다. 판의 흥을 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명도 없이 몸을 흔들자니 괴로운 것이다. 나의 전공이 음악이니 조건으로만 보면 누구보다도 춤을 잘 출 수 있겠는데 문제는 자연스럽게 나의 춤본능을 개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일 터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집 고1 중3짜리도 춤을 추어본 적도 없고 출 줄도 모른다고 한다. 신세대가수들의 노래를 외고 다니기에 그들의 춤은 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이 아이들이 어디서 춤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나는 춤을 추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춤을 출 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같이 춤 출 수 있으면 더욱 행복하겠다. 20년 가까이 지난 옛 유학시절,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인상깊게 뵨 것 중의 하나가 「그리스의 밤」 「이란의 밤」등 각국의 유학생들이 벌이는 잔치에서 추는 그 나라의 민속춤이었다. 잔치가 무르익을 즈음이면 으레 민속음악의 가락이 흘러나오고 그러면 참지들 못하고 모두들 어깨동무를 하고, 또는 손을 잡고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이었다. 대개 그것은 간단하기 짝이 없는 동작이었다. 그럼에도 남녀노소할 것 없이 춤에 취해 흥겨워하는 것을 보면 「평화의 그림은 저런 것이겠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곤 했다.
TV의 쇼프로그램에 나오는 현란한 춤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춤바람나게 만드는 캬바레의 춤도 아니다. 어떤 가락이 나오면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추지 않고 못 배기는 소박한 춤을 원한다. 그런 춤을 자연스럽게 추도록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기를 원한다.
우리가 그 춤을 마을마다 잔치마다 추게 될 때, 그래서 이 노래 잘하는 민족이 춤의 신명마저 얻게 될 때 분명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던 또 다른 에너지가 우리 안에서 솟아날 것이라 믿는다.<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이건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