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의 낙원아닌 무덤” 전락/오염으로 4만여마리 떼죽음 중미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의 실바저수지에서 오염된 물을 마신 수만마리의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이후 지금까지 캐나다 미국등지에서 이 저수지를 찾아 왔다가 숨진 철새들은 검둥오리 뒷부리장다리 등 모두 21종류 4만여마리에 이른다.
이번 재앙은 지난 83년 농약이 섞인 폐수가 원인이 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아킨 계곡서 발생한 북중미 최악의 철새수난사건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과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멕시코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데 있다.
한때 인근 주민들에게 싱싱한 물고기를 제공했던 18㎢의 실바저수지가 오염되기 시작한 것은 상류에 위치한 인구 87만명의 레온시에 피혁 가공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80년대 초반부터였고 이때부터 저수지의 물고기와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조금씩 죽어갔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뭄이 계속돼 저수지 물이 고갈되는 바람에 오염이 가중, 물고기와 철새들에게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새들의 떼죽음을 몰고 온 저수지의 오염원인과 그 책임소재를 놓고는 지역주민· 환경보호주의자와 피혁가공업자·주정부간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 및 환경보호론자들은 피혁가공업체들이 가죽을 무두질할 때 사용하는 크롬이 오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업자와 주정부는 인근 농경지에 농부들이 뿌린 살충제탓이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주정부는 주 수로국이 저수지 물을 분석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며 피혁공장주들의 편을 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주민들과 환경보호론자들은 수로국이 이곳 최대 피혁공장 사장인 현주지사의 눈치를 보느라 수질분석결과를 조작해 발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철새들의 떼죽음과 저수지 오염원인을 놓고 설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바저수지 인근지역 어린이들이 괴질에 걸리는 불상사까지 겹쳐 사태가 한층 심각해졌다. 지난해 12월이후 지금까지 이 지역 국민학생중 약 40%가 두통·피부발진·장기능 장애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저수지물이나 죽은 철새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이곳 최대 환경단체인 「엘 그루포 세로스 시엔」의 오메로 아드히스회장은 『살충제가 저수지의 오염원이며 이 살충제는 사람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밝힌 수로국의 발표는 새빨간 거짓임이 입증됐다』고 주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한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발족과 함께 출범, 미국 캐나다 멕시코등 3개 회원국의 환경침해 사건을 조사할 권한을 가진 NAFTA 환경위원회는 이번 철새 떼죽음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철새 떼죽음은 멕시코 뿐 아니라 북중미 전체의 환경오염문제로 부각될 조짐이다.<상파울루=김인규 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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